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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지방은행 "전국구 관심 없어요"…금융권, 정부 정책에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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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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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금융당국이 시장 경쟁 촉진을 목표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 각각 시중·지방은행 인가를 내주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사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지분보유 한도 등 요건을 맞추는 게 까다로울 뿐 아니라 전환을 해도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을 중심으로 이 같은 논의에 착수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인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위는 과점 시장을 해소하고자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신규 플레이어로는 단시간 내 은행 시장을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금융사에 기회를 줌으로써 변화를 이끌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따져봤을 때 과연 이를 희망하는 금융회사가 있겠냐는 인식이 짙다.

먼저 지방은행에선 기존 주주의 지분을 정리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은행법에서 은행 성격에 따라 지분 보유 한도를 달리 규정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시중은행 4%, 지방은행 15%다. 동일인 주식보유한도 역시 시중은행은 10%, 지방은행은 15%로 차이가 있다.

현재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부산롯데호텔을 포함한 롯데 계열사 8곳인데, 이들의 지분율은 11.14%(작년말 기준)에 이른다. JB금융지주도 산업자본의 비중이 크다. 삼양사가 14.14%,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14.04%, OK저축은행이 10.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방금융사가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면 각 주주는 적잖은 양의 주식을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각 지방은행이 출범 이래 줄곧 지역을 거점으로 영업을 펼쳐왔기 때문에 굳이 시중은행을 지향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회사명 앞에 붙은 지역의 명칭을 떼면 오랜 기간 쌓아온 정체성이 사라질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경쟁력도 잃을 수밖에 없어서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방은행 전환 시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만만찮아 사실상 지원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금 기준이 대표적이다. 상호저축은행법에선 각 저축은행이 본점 소재지에 따라 40억~120억원의 자본금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본점이 특별시에 있다면 120억원, 광역시는 80억원, 그 외의 지역은 40억원 등이다. 반면, 지방은행은 250억원의 자본금을 필요로 한다. 저축은행으로서는 새 인가를 받기 위해 이를 많게는 6배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덧붙여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 자산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이 절대적이라 지방은행 전환 시 건전성 관리가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예금보험공사 집계 결과 작년 3분기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였으며, 연말엔 3%대 초중반까지 상승했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0.31%다.

이렇다보니 업계 전반에선 정부의 새로운 계획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은행 숫자가 늘어날수록 건전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수익성도 동반 하락할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법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지방은행 또는 시중은행 전환을 원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당국으로서도 은행을 늘리기보다 규제를 개선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고 비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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