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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방사청 7700억 들인 SM-6, 北미사일로부터 수도권 방어 어렵다 [이철재의 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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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은 지난 13일 제15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2031년까지 7700억원으로 SM-6를 사들여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하는 장거리함대공유도탄(SM-6급) 사업을 의결했다.

미국 해군이 2013년 실전배치한 RIM-174 SM-6는 함대에 방공 우산을 씌워주는 미사일이다. 적의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며, 탄도미사일도 떨굴 수 있다. 또 대함 공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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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174 SM-6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 레이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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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측은 “SM-6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KAMD는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방어하는 체계다.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이 핵ㆍ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과 함께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다.

그런데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소식통은 “SM-6는 원래 북한이 아니라 중국에 대비해 추진한 사업이다. 해군이 항공모함을 지어 항모 타격단을 꾸린 뒤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로부터 보호하려는 용도”라고 귀띔했다.

ASBM은 함선과 같은 해상의 이동 목표물을 공격하는 미사일이다. 중국은 미국의 항모에 맞서려고 ASBM을 실전배치했다. ASBM이 ‘항모 킬러’란 별명을 가진 이유다. 이란도 관련 기술을 갖고 있고, 이를 북한에 넘겨줬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장거리함대공유도탄(SM-6급) 사업추진기본전략이 결정됐던 2021년 4월 27일 제14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보도자료엔 이 사업의 목적이 '적 대함탄도탄, 항공기 및 순항유도탄에 대한 대공방어 능력 및 탄도탄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항모 사업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사실 SM-6 사업이 그리 시급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북 미사일로부터 수도권 방어 어려운 SM-6



SM-6는 KAMD 자산으로선 제한적 성능을 갖고 있다. SM-6의 제조사인 레이시언에 따르면 종말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가속(상승) 단계→중간 비행 단계→종말(하강) 단계를 거쳐 목표에 명중한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MIM-104 패트리엇, 한국의 천궁(M-SAM)은 종말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물론 사드가 다른 미사일보다 요격 고도(40~150㎞)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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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가속(상승) 단계→중간 비행 단계→종말(하강) 단계를 거쳐 목표에 명중한다. NTI



SM-6는 대략적으로 사거리는 240㎞을 넘지 않으며, 요격 고도는 34㎞가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라면 정조대왕급 구축함이 SM-6로 수도권으로 떨어지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최대 사거리가 240㎞이라고 해도 SM-6가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급하게 높은 고도로 상승하면 이보다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북한 탄도미사일로부터 수도권을 지키려면 정조대왕급 구축함이 가급적 수도권과 가까운 바다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황해도에 배치한 대함 미사일 때문에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더 남쪽으로 물러나야 한다. 수도권에서 멀어진 만큼 줄어든 사거리를 메우려면 뭍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한마디로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수도권 KAMD 작전에선 충청남도에 바짝 붙어 항구에 정박한 채 SM-6 해상포대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비싼 돈(척당 1조 3000억원)을 주고 정조대왕급 구축함을 건조해 해상 KAMD 자산으로 써야할 이유가 적어진다.

한국은 종말 단계, 특히 하층에선 이미 다양한 요격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패트리엇의 경우 최신형 MSE는 최대 요격고도가 40㎞이며, 천궁은 그보다 조금 낮다. 차라리 정조대왕급 구축함 건조비로 천궁이나 패트리엇을 더 많이 사는 게 경제적이다.

한국은 또 천궁의 요격 고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사드와 맞먹는 성능의 L-SAM을 개발하고 있다.

게다가 SM-6는 파편폭풍형 탄두를 쓴다. SM-6는 적 탄도미사일과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한 뒤 그 파편으로 요격하는 방식이다. 이는 항공기에는 유리하지만, 탄도미사일엔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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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축포가 터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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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빠르고 탄두부가 튼튼한 탄도미사일은 직격 방식이라야 요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사드ㆍ패트리엇ㆍ천궁은 적 탄도미사일을 그대로 맞춰 떨군다.



당초 SM-3를 고려하다 갑자기 접은 까닭은



지난해 7월 진수한 정조대왕함(DDG 995)은 한국 해군의 두 번째 이지스 구축함 건조 사업인 정조대왕급(8200t) 구축함의 1번함이다. 앞으로 두 척을 더 만들 계획이다. 해군엔 이미 세종대왕급(7600t) 이지스 구축함 3척이 있다.

2013년 12월 정조대왕급 구축함 3척을 추가로 건조하기로 결정된 배경엔 세종대왕급 구축함의 한계 때문이다. 이지스 구축함의 전투체계인 이지스 체계는 스마트폰의 OS처럼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지스 체계에선 버전 대신 베이스라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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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구축함인 마야함이 RIM-161 SM-3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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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급의 베이스라인은 7.1은 탄도미사일의 식별ㆍ추적은 할 수 있지만, 요격이 힘들다. 정조대왕급의 베이스라인인 9.2는 완벽한 BMD(탄도미사일 방어) 기능을 갖췄다.

군 당국은 당초 정조대왕급의 장거리함대공유도탄으로 RIM-161 SM-3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SM-3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000㎞ 이상으로 날아가고 1000㎞ 이상의 고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긴 펀치력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청(MDA)은 SM-3를 중간 단계에서도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군 당국이 2017년 9월 SM-3에 대한 소요를 제기한 이유는 고각발사와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 2가지였다.

북한은 노동(1300㎞)ㆍ무수단(3500㎞) 등 준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정상각(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쏘아 높은 고도로 올린 뒤 떨어뜨리는 발사를 선보였다. 이렇게 쏘면 사거리가 긴 미사일로 수도권 등 한국의 핵심 목표를 때릴 수 있다. 당시 북한은 전술핵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한국에 핵공격을 하려면 탄두부가 더 큰 준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에 무거운 핵탄두를 실어야만 했다.

또 북한은 2016년 8월 24일 신포급 잠수함에서 SLBM 1발을 동해 쪽으로 발사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SM-3가 북한의 SLBM을 제대로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지스 구축함의 레이더는 360도 전방위를 커버하기 때문에 북한이 기습적으로 SLBM을 쏴도 추적할 수 있다. SM-3는 긴 사거리와 높은 고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어디라도 북한의 SLBM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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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 SM-3는 중간 단계(midcourse)의 자산이다. M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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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SM-3를 정조대왕급 구축함에 최소 6발, 최대 8발씩 실을 수 있도록 18~24발을 미국에서 사들이는 사업추진 전략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방사청은 2019년 8월 6일 이 사업의 담당 팀장을 갑자기 바꿨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국내 개발 중인 L-SAM을 성능 개량한 뒤 이를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한다는 대안을 내밀면서 사업 방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기호 의원은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SM-3가 최선’이며, ‘L-SAM 기술력으로 SM-3급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심각한 전력 공백을 국방부와 군 당국, 방사청이 눈감은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비싸다고 하지만, 결국 중국 눈치 때문



국방부는 SM-3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으로 SM-3를 고려하던 2009년 이후로 14년째 ‘검토 중’이다. 이처럼 SM-3의 진입장벽이 너무 크다.

한기호 의원은 SM-3 사업을 착수할 수 있도록 2023년 예산안에 10억원을 태우려 했으나 실패했다. SM-3 사업비를 100억원으로 증액하려던 국민의힘 측의 노력도 실패했다. 결국 한기호 의원이 제안한 SM-3 도입 관련 실태 조사비 4400만원만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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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21년 10월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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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군 당국이 SM-3 도입을 주저하는 배경으로 우선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한 발당 최대 250억원을 예상했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한반도 전구가 좁기 때문에 SM-3이 쓸데 없이 성능이 높다는 논리가 있다. 가성비가 최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SM-3를 사면 결국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로 편입하게 되는 데, 정부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M-3는 외기권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양한 우주자산을 보유한 미국과의 정보 협력이 필수적이다. 탄도미사일 요격엔 1초라도 아껴야 한다. 중개를 거쳐 정보를 교환하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SM-3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미국의 MD 체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MD 체계와 연동이 된다면 유사시 일본은 물론 괌, 하와이,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한국의 SM-3로 잡을 수도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허용한 한국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제재로 보복했는데, 미국 MD 체계 편입은 더 큰 화를 불러들인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한기호 의원은 “북한의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막으면 고도별로 단계적으로 요격하는 다층 방어개념이 필요하다. 현재 KAMD는 종말 단계 요격 체계만 갖췄다”며 “최소 2번의 요격 기회를 가지려면 SM-3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전문가도 “사드의 방어 범위엔 수도권이 포함돼 있지 않다. SM-3와 같은 한반도 전구(戰區ㆍtheater)를 다 덮을 수 있는 방공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SM-3 검토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유사시 북한의 핵ㆍ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SM-3와 같은 무기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SM-3로 무장하면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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