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주민 80%가 싫어해서" 경비원 해고한다는 아파트, 주민은 분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불합리한 해고 위기에 처해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5일 온라인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대구 아파트 경비원 갑질.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은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 아파트 평범한 입주민이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4년간 성실하게 일해 온 경비원 아저씨가 해고를 앞두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경비 아저씨는 2019년부터 4년여간 근무하셨다"며 "이 아파트가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는 아파트라 짐도 다 들어드리고, 집집마다 어려운일 나서서 도맡아 해주시는 등 워낙 따뜻하고 성실하신 분이라 주민들이 참 좋아하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아저씨가 갑자기 계약 2월 말, 계약만료통지서를 주며 해고통보를 받으셨다"며 "어떤 이유로 해고가 되었는지 관리소에 찾아가서 물어보자 '주민들 80%가 싫어한다'는 객관적 근거가 느껴지지 않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위탁 관리업체에도 문의를 하니 이 관리 업체는 형식적 사용자에 불과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질적으로 지휘 명령을 하는 형태였다"며 "이게 갑질이 아니면 무엇이 갑질이냐"고 분노했다.

또 "많은 입주민 분들이 안타깝게 생각해 3월 초 부터 관리소장도 만나고, 입주민 대표들도 찾아가고 사정을 했지만 입주민대표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아무도 의견을 수렴하거나 검토하려는 시도를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불합리하다고 느낀 A씨는 지난 23일 경비 아저씨를 돕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호소문을 붙이고 그 옆엔 해고를 철회해달라는 주민 동의서도 붙였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호소문은 사라졌고, 주민 동의서 위엔 관리소 게시물이 덮여 있었다고 전했다.

경비원을 해고하지 말라는 동의한 사람은 200여명이 넘었다고 했다.

A씨는 "동대표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기분이라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며 "비슷한 사례의 아파트 분들이 있거나 관련해 조언 주실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조언을 구했다.

해당 글은 16만 건에 달하는 조회 수를 보이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입주자 대표 해임 투표부터 진행하라" "열심히 사는 사람들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입주민의 80%"이 해고를 원했다는 부분을 걸고 넘어가는게 좋겠다. 어떻게 추산된, 어떤 문서인지 확실하게 요구하고, 투표 조작 혹은 부정 문서 건을 문제 삼아 입주자 대표 교체 건을 제기하는게 제일 확실하다" 등의 조언을 남겼다.

한편 얼마 전에도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갑질 방지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됐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