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시한폭탄 ‘인구 위기’ 정부만 믿지 말고 기업이 나서야 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인실 초대원장

한겨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인실 초대원장을 지난 2월 중순 서울 삼성동 한미글로벌 사옥 안에 있는 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경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기, 절벽, 붕괴, 소멸…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이 표현들 앞에 가장 잘 들어맞는 단어는 바로 ‘인구’이다. ‘저출산’ ‘고령화’ 등도 연관 검색어로 따라온다. 세계 유례없는 ‘압축성장’으로 갖가지 ‘1위 기록’을 세운 한국은 인구문제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산아제한 나라’에서 ‘합계 출산율 세계 최저국’이자 ‘가장 급격한 인구감소국’으로 반전했다. 이 때문에 2003년 참여정부의 ‘인구고령사회대책팀’을 시작으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과 2012년 위원장 대통령으로 격상, 2017년 장관급 부위원장 신설 등등, 역대 정부마다 다양한 정책을 내걸었다. 또한 2006년 1차 기본계획 수립 이래 15년간 28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금껏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로서 우리나라 인구 데이터를 들여다볼수록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느낌입니다.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에 일본보다 급격한 ‘초고령화’가 맞물려 훨씬 복합적인 충격파를 예고하고 있어요. 2030년까지 특단의 전환점을 찾지 못하면 ‘공멸의 길’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절박한 경고가 들리거든요. 더 이상 정부나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어요.”

국내 첫 여성·민간 출신 통계청장을 지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이인실(66) 초대원장은 30일 오후 2시30분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여는 ‘제1회 정기 세미나’의 주제를 ‘소멸하는 대한민국,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인구감소시대 한국의 이민정책: 방향과 쟁점’으로 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이 인구회복 길에 앞장선다’

국내 첫 민간 비영리연구기관 깃발

30일 ‘이민정책’ 주제로 첫 세미나

‘비혼출산 지원’ 등 매월 쟁점 논의


첫 여성·민간 출신 통계청장 지내

“온사회가 아이 키우는 환경 절실”


한겨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서울 삼성동 연구원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전국가적인 정책의 제도화나 실행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가장 ‘발등의 불’인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 먼저 해법을 찾고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내 첫 ‘인구 전문’ 비영리 민간연구기관 설립 깃발을 들었던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의 취지이기도 하다. “기업이 인구회복의 길에 앞장선다”라는 연구원 구호에 공감한 각계각층 80여명 지도자들이 발기인으로 나섰고, 포스코·매일유업 등 34개 기업이 파트너기관으로 동참했다.

“파트너기관 중 한 기업은 지난 4년간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 적극적인 지원제도를 도입해 사내 합계출산율이 2021년 1.6으로, 2022년 2분기 전체 출산율 0.75보다 두 배 이상 높았어요. 한미글로벌에서는 비혼자의 출산과 입양까지 감안한 ‘비혼자 동등 지원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항목에 초혼율·합계출산율 등도 반영한 지수를 평가해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 등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정부는 지난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이 위원회 발족 7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회의를 주재해 이른바 ‘윤석열표 저출산 특단 대책’을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백화점식 재탕 정책 나열’에 그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또한 미래노동시장위원회를 꾸려 노동개혁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주69시간 근무, 62시간 연속근무제’ 등 저출생 해결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경제학자인 그가 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남다른 이력이 있다. 1975년 연세대 지질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 뒤 다시 경제학과에 진학했고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1992년 귀국해 하나금융연구소 금융조사팀장을 맡아 최일선에서 외환위기를 겪었고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등을 거쳐 2006년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2009~11년 통계청장을 지낸 뒤 학교로 복귀한 그는 약 10년간 강단에 섰다.

“사실 ‘인구 전문가’라고 자처할 수는 없지만,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경험이 새로 만든 민간싱크탱크의 초기 사업 설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무엇보다 통계청장 시절 인터넷 시대에 맞는 인구센서스를 추진했는데, 인구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통계청장으로서 통일을 대비해 북한의 센서스 조사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던 그는 연구원 명칭을 ‘한국’만이 아니라 ‘한반도’까지 포괄한 연유도 이런 문제 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 캠퍼스 커플인 남편 금재호 전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자영업 소득과 매출의 결정요인과 변화’ 논문을 공동발표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이런 경험 역시 노동력이자 소비자인 ‘경제활동인구 문제’가 기업을 비롯한 민간 경제 현장에 얼마나 민감한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첫 세미나 주제인 ‘이민정책’ 역시 기업과 돌봄노동 등 민간 차원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에 속한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혜경 배재대 명예교수(행정학)는 “미래지향적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국가 전략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할 예정이다. 토론은 이 원장이 좌장을 맡고, 이성용 한국인구학회 회장, 정기선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손성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 이진영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장,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한다.

연구원은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월 ‘비혼출산', ‘일본 저출산 사례분석', ‘출산장려 기업 사례' 등의 주제로 토론회와 포럼을 열어 저출산 문제 해법을 논의하고 정책 제안도 할 계획이다.

“온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 역전에 성공한 북유럽의 사례만 봐도,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재벌집 장남’ 최태원의 이혼…SK와 노태우 가문의 얽힌 역사
▶▶꽃피는 봄,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