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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초면 결제 끝” 감탄, “애플페이 되나요” 매번 묻는 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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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삼성페이 넘을까

애플의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9년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출시일인 지난 21일 오후 10시 기준, 애플페이 신용카드 등록은 100만건을 넘었다. 오프라인 간편 결제의 강자 ‘삼성페이’가 장악한 삼성의 텃밭 한국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와의 제휴 일정을 앞당기며, 애플페이 출시 이틀 만인 23일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애플페이는 과연 삼성페이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까. 지난 일주일간 아이폰과 애플워치, 아이패드를 통해 애플페이를 사용하며 두 페이의 장단점을 비교해봤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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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


◇애플페이, “매력적인 속도, 아쉬운 사용처”

애플페이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속도’다. 아이폰에 신용카드를 등록하는 데 1분이 채 안 걸린다. 다만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모두 사용할 경우, 같은 카드라도 각각의 기기에 별도로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 점은 번거로웠다.

결제 과정은 더 빠르다. 아이폰 오른쪽 버튼을 두 번 누르고 얼굴 인식을 하면 곧바로 결제 대기 중인 상태가 된다. 편의점에 들러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단말기 근처에 폰을 내미는데, 10㎝ 거리쯤에서 이미 결제가 끝나 있었다. 체감 속도는 1초 미만. ‘긁는 방식’의 카드 단말기에 갤럭시 스마트폰을 바짝 갖다 대고, 정확한 결제 위치를 찾기 위해 위아래로 문질러야 하는 삼성페이 대비 간편했다.

이런 속도는 결제 기술의 차이에서 온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 카드를 긁을 때 발생하는 정보를 자기장으로 쏴주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을 주로 사용하지만, 애플페이는 전용 통신칩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NFC 방식을 쓴다. 다만 삼성페이는 MST와 NFC 방식을 동시에 지원하는 만큼, 역시 갤럭시폰을 NFC 단말기에 갖다 대면 애플페이처럼 빠른 결제가 가능하다.

애플페이의 장점은 애플워치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와이파이, 이동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도 가능하다. 실제로 주말에 갓길에 주차한 후, 빠르게 편의점에 생수 한 통을 사러 갔을 때 아이폰을 차에 놓고 왔지만 애플워치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해 편리했다.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고 있으면 생체 인식을 통해 결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반면 갤럭시워치는 삼성페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다만 애플페이를 쓰기 위해 아이폰으로 갈아타기엔 이유가 부족해 보였다. 현재 120여개 브랜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애플페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곳이 더 많다. 매장에 들어설 때마다 ‘여긴 애플페이 되나요?’라고 물어봐야 하는 과정이 애플페이의 편리함을 크게 축소시켰다. 또 티머니 등 교통카드 업체와 제휴하지 않아 교통카드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불편했다. 삼성페이처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카드 없이 현금 인출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애플페이엔 없다.

결국 애플페이를 써도, 출근할 때 카드 지갑을 챙겨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물론 애플페이가 편리하고 신기했지만 기능이 없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근본적인 일상 생활의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제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애플페이가 지갑을 대체할 날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페이는 애플페이의 추격에 맞서 오프라인 경쟁력을 계속 확대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하나금융그룹과 손잡고 ‘고등학교 학생증’ 서비스를 삼성페이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신분 확인은 물론 학교 급식, 도서관 이용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아이폰에 우호적인 Z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은 향후 대학교 학생증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애플, 온라인 결제 모두 간편

온라인 결제도 삼성·애플페이의 격돌로 한층 편리해졌다. 지난 23일부터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한 모든 온라인 매장에 스마트폰 지문 인증을 통한 ‘삼성페이’ 결제가 새롭게 추가된 덕분이다. 실제로 네이버 쇼핑의 결제 단계에서 ‘일반 결제’를 택하자 가장 첫 머리에 삼성페이가 나타났다. ‘결제하기’를 누르자 곧바로 삼성페이가 실행됐고 지문 입력과 함께 곧바로 결제가 끝났다.

애플페이도 배달의민족, 무신사 등 온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온라인 결제에서 ‘애플페이’를 택하면, 아이폰 우측 버튼을 두 번 누르라는 안내가 나오고 얼굴 인식과 함께 곧바로 결제가 끝난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모두 매우 간편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결제는 사실상 편리함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만큼, 애플과 삼성 중 누가 빨리 자사의 간편 결제를 널리 확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결제에서도 삼성페이는 결제 기기의 한계가 뚜렷했다. 애플은 태블릿PC인 아이패드에 애플페이를 연동할 수 있지만, 갤럭시탭에선 삼성페이를 쓸 수가 없다. 삼성페이는 오직 갤럭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애플페이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아이패드와 맥북에서도 얼굴 혹은 지문 인식을 하는 방식으로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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