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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의원 300명 정보 北 손에…총선 행동 방향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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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 혐의를 수사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확보한 북한의 지령문에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민주노총에 선거 개입을 지시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방첩당국이 최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구속)씨와 북한 문화교류국이 주고받은 대북 통신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10월 총선 행동 방향을 제시했다. 북한은 석씨에게 “다음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민주개혁세력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보수 세력에게 패한다면 촛불 민심인 보수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은 좌절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보수 세력을 등에 업고 그것들의 지지 밑에 재집권 야망을 실현해보려고 날뛰는 보수 패당의 책동과 관련하여서는 미일 상전과 보수 세력간 쐐기를 박기 위한 사업을 실정에 맞게 추진해보았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같은 해 11월 전국농민총연맹·한국진보연대 등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9 전국 민중대회’를 열고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 ▶평화 체제 실현 ▶국가정보원 해체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요구하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해체’, ‘문재인정권 규탄’ 등의 구호를 외쳤다. 2019 전국민중대회 참가자 명의로 발표된 결의문에는 “정부의 실정을 틈타 적폐언론과 극단적 수구개신교 세력 등이 사실상 연합전선을 형성해 촛불항쟁의 성과를 무력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촛불항쟁 이전 시기로 되돌리려고까지 하고 있다”라며 “발호하는 적폐세력들에게, 역주행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미국에게 민중의 분노를 보여주자”라는 내용도 담겼다.

석씨는 또 북한에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00명의 휴대전화 번호와 개인 신상을 보고하기도 했다. 석씨가 건넨 보고문에는 국회의원 300명의 이름·소속 정당·지역구·선수·성별·휴대전화 번호 등의 정보가 담겼다. 방첩당국 관계자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는 앞선 간첩단 사건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라며 “남한의 선거 구도와 정세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7일 북한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 사이에서 연락책이자 사실상 총책 역할을 한 석씨를 국가보안법상 회합·접촉과 목적수행 혐의로 구속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발부된 4명 중 목적 수행 혐의는 석씨에게만 적용됐다. 석씨가 2021년 2월께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와 오산공군기지의 격납고와 활주로,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등 군 시설과 장비 등을 촬영한 것이 ‘목적 수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앞서 2019년 1월 석씨에게 “화성, 평택지역의 군사기지, 화력발전소, 항만 등 관련 비밀 자료를 수집하여 유사시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간첩죄’라고도 불리는 국가보안법 4조의 목적수행 조항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했을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창훈·김철웅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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