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법적 권고’ 새 결의안
섬나라 학생들 외침 4년 만에
“기후정의, 역사적 승리” 평가
기후분쟁 소송에 영향 클 듯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엔총회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의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통상 국가 간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만 유엔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요청을 받아 특정 현안에 대해 권고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결의안은 ICJ에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 특히 이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CJ의 권고적 의견은 판결과 달리 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각국 정부와 법원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고, 향후 기후 관련 소송에서 각국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이클 제라드 미국 컬럼비아대 기후변화법 연구센터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ICJ의 결정은 갈수록 증가하는 기후변화 소송에 직면한 전 세계 법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결의안 채택에 앞서 “ICJ의 권고적 의견은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더욱 대담하고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취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것은 태평양 지역 8개 섬나라들의 법률 전공 학생단체 ‘기후변화와 싸우는 태평양 섬나라 학생들(PISFCC)’과 지구온난화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섬나라 바누아투다. 2019년 설립된 PISFCC는 태평양 섬나라 정부들을 향해 유엔이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압박을 가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바누아투 정부가 2021년 결의안 채택 추진을 선언하고 다른 태평양 섬나라들도 동참하면서 학생들이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었다.
PISFCC 캠페인 국장 솔로몬 여는 “전 세계 젊은이들은 ICJ가 기후정의 싸움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 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는 “오늘의 역사적 결의안은 인권과 세대 간 형평성을 기후 의사 결정의 최전선에 두는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온실가스 배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합의 방식으로 채택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나라가 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이 지역 소국들의 발언권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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