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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미술의 세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42개국 247편 영화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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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7일 개막하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으로 42개국에서 출품한 247편의 작품이 열흘 간 관객을 만난다.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은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 ‘토리와 로키타’가 선정됐다. 형제는 영화 상영에 맞춰 한국을 처음으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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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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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와 로키타’는 아프리카 난민 남매 토리와 로키타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벨기에로 이주하려 하지만 까다로운 입국 조건에 좌절한 뒤 서로에게 힘이 돼 주는 과정을 담았다. 남매의 비참하고 필사적인 삶은 직접적인 가해자인 마약상을 비롯한 악의 세력들과 간접적인 가해자라 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외면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면서 진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75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칸영화제가 특정 감독 영화에 이런 상을 준 건 처음이었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세계 영화계가 인정하는 거장이다. 1999년 ‘로제타’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더 차일드’로 다시 한 번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들이 제작한 영화 대부분이 칸 경쟁 부문에 초청받고 수상하면서 ‘칸의 총아’로 불린다.

폐막작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다. 중학교 교사인 남편이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사망하고, 홀로 남은 명지의 시간을 그린다.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과 사고 앞에 망자를 잘 애도하는 동시에 산 자를 구하는 길은 무엇인지, 영화는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그 죽음을 함께 기억해줄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한국 경쟁부문 출품작은 111편으로 지난해보다 10편 남짓 줄었지만, 다양한 주제를 담은 각기 다른 색채의 영화들이 많이 출품됐다. 특히 ‘퀴어’가 자연스러운 대세로 떠올랐고 SF적 상상력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윤수일 감독의 ‘폭설’은 어른이 돼 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고등학생인 두 친구는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감정을 나누며 사랑하게 되는데, 풋풋한 시절 한소희 배우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는 청춘 퀴어 드라마다. 1999년 한 고등학교 태권도부를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그리고 만성화된 폭력과 성폭력을 겪으며 아파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박수연, 이유미 등 배우들의 싱그러운 연기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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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감독인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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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감독의 ‘미확인’은 1993년 정체를 알 수 없는 UFO가 지구 위 각 도시 상공에 나타났다는 가상의 사실을 전제로 하는 영화다. 그 후 29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이는데, 언젠가부터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가장해 등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풍자와 유머,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영화다.

한국 단편경쟁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영향으로 가정과 사화 안팎의 돌봄을 고민하는 영화가 대세를 이뤘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질문하거나 보호 종료 청소년, 결혼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 또렷한 문제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을 앞세워 그들의 자리를 지켜보게 하는 영화가 많았다.

형식 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브이로그(V-LOG) 포맷의 등장이다. 영화에서 유튜브식 자막과 효과음이 삽입된 단편영화가 새롭게 다가온다.

국제경쟁 섹션에서는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였던 예년과 달리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극영화와 독특한 영상미를 가진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배우 이강생이 주연을 맡은 중국 작품 ‘부재’와 한국계 입양인의 심리를 그린 한국계 말레나 최 감독의 자전적 영화 ‘조용한 이주’ 등 젊은 감독들의 도전작을 만날 수 있다. 갑자기 사라진 유명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찾아 나선 한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신비로운 영상으로 담은 캐나다 작품 ‘밤의 우회로’,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황소 축제에서 사망한 아저씨 H와 혼돈의 축제 현장을 거친 영상이지만 기묘한 체험으로 이끌어 내는 스페인 작품 ‘H’ 등 과감한 영상과 사운드, 음악을 통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특히 1960~70년대 구소련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흑백 영상을 통해 보여준 우크라이나 작품 ‘사셴카’는 지금까지도 전화에 휩싸여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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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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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의 거리를 주무대로 하되, 전북대 삼성문화회관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전주 전역을 영화제 무대로 만들 예정이다. 개막식장과 개막작 상영 등 장소인 ‘전주돔’이 전주독립영화의 집 건립으로 설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전주씨네투어’ 사업을 신설했다. 전주의 다양한 야외 공간에서 지역 뮤지션과 영화 상영을 즐길 수 있는 ‘전주영화X산책’과 독립영화 배우들이 함께하는 ‘전주영화X마중’, 영화와 라이브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주영화X음악’ 등 총 세 가지 주제를 준비했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배우이자 뮤지션, 화가, 설치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종합예술인 백현진 씨가 참여한다.

지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스타워즈 데이’도 이번 영화제 기간에 다시 열 예정이다. 스타워즈 신작 콘텐츠 상영과 함께 진행됐던 전시, 코스튬 퍼레이드는 지난 행사 때 팬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개교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에서는 영화아카데미 졸업생, 전·현직 교수, 교직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선정된 단편영화 40편이 관객을 만난다. 황정민, 손석구, 정해인 등 스타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이 담긴 섹션 ‘그때 그 사람들’ 등 7개의 작은 섹션을 통해 한국영화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우범기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전주시장)은 “전 세계 영화인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과 소통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영화 축제와 함께 전주의 위상과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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