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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반중감정은 한국 언론탓”이라는 중국...전문가가 꼬집은 진실은? [한중일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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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3]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





매일경제

지난해 10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연합뉴스]


“한국 언론의 지나친 부정적 보도가 한중간 불화 초래”

지난달 어느때보다 고조된 국내 반중여론에 대한 주한 중국 대사관의 공식 입장입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역시 “한국 일부 언론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 보도를 한 점이 양국 감정 불화의 주원인”이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습니다.

분명 최근 반중정서는 반중을 넘어 혐중 수준으로까지 치닫는 양상이 보입니다. 국내 반중현상은 중국내 반한정서와 맞물리며 수교 31주년을 맞은 양국관계에 큰 도전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인 청년들 사이 반감이 커 향후 양국간 갈등 심화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냉정히 말해 혐오 현상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일각에선 반중의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중국측 주장에 적극 동조하거나, 더 나아가 ‘신식민주의’와 ‘인종주의’ 문제에까지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국내 반중정서가 언론이 부추킨 현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사실 ‘언론의 자유’ 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중국에게 자유로운 언로 활동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 일지 모릅니다. 이에 대해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반중정서가 한국언론때문이라는 중국의 주장, 어떻게 보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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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언론에서 중국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알리고 강조하는 면이 있죠. 중국 입장에선 한국 언론이 그런것들만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불편해하거나 실망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보여줬던 강압적 모습, 중국이 갖고 있는 이전보다 더 경직돼 있는 문명관과 세계관에 대해 분명 우려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애국·민족주의 교육과 사상교육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결과인데요.

사실 과거 탈냉전시기, 탈이념시기 접어들면서 중국에서도 내부의 다양한 이익집단과 소수 민족들을 하나로 결집시켰던 공산주의 사상의 도구적 역할이 약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교육을 꺼내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결과 이런 교육을 받은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이웃국가들을 대등한 교류관계로 보는 게 아니라 수직적 관계로 보는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중화주의적 경직된 세계관으로 세상을 해석하다 보니 이웃국가들과 문화와 관련된 논란도 발생하고 있는 거고요. 한복, 김치 논란 등 이 대표적인 예죠.

저는 한국 언론이 중국의 문제점과 부정적인 부분을 우리 국민에게 가감없이 분명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동시에 한중 관계가 일정한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양국 사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나 미담 같은 긍정적인 것들도 어느 정도 균형있게 알리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Q.중국내 애국·민족주의 및 사상교육의 실태가 어떤가?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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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탈냉전으로 이념 경쟁이 끝났음에도 중국에서 공산당 1당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인민들이 자유보다 경제발전에 대한 공산당의 업적을 인정해 준 덕분이죠. 그런데 이뿐 아니라 그 이전에 공산주의사상이 갖고 있던 정치적 역할을 애국·민족주의가 대신해 준 측면도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미·중 전략 경쟁 구도가 격화됐죠. 이에 중국은 내부 결집과 미국에 대한 항전의식 고취를 위해 애국 민족주의와 사상교육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시진핑 정권 들어 역사교과서 서술에서 정치이념 교육이 강화됐습니다. 이건 덩샤오핑 때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역사교육이 탈정치화, 개방화, 자율화를 추구했던 추세와 정면 대치되는 변화죠.

특히 미중 전략 경쟁시대에 맞춰 세계와 중국의 관계를 재해석하고 내부 국민통합과 사상동원에 필요한 새 국가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과내용이 정치 교육 및 국가주도의 이념 교육을 통해 집단 정체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모습이죠.

이런 역사서술 방향성은 한국 등 이웃국가들과의 역사 갈등을 새로운 차원으로 비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문화와 관련된 논란은 미중 전략 경쟁의 장기화와 중국의 애국민족주의 교육 강화로 한중 간 장기 도전 요인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중국의 애국 민족주의와 사상교육 강화에 대해서 우리는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됩니다.

Q. 한중 모두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 놓여 있다. 오랜 역사를 공유한 이웃국가로서 공존과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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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양국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한중 간에는 필수적으로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죠.

근본적으로 한중 수교 이후 경제 협력이 잘 진행되고 확대 될 수 있었던 건 국가간 산업 분업화 구조가 원만하게 진행 됐기 때문이었는데요. 전반적으로 보면 일본이 핵심 기술과 부품을 만들고 한국이 수입해 중간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완제품으로 조립해 세계시장에 내놓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임금이 오르고 한국이 가졌던 중간재 제품에 대한 기술과 생산 능력도 중국이 거의 따라잡은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중 사이 산업 분업화 구조가 부서졌고 한국과 중국이 경제 협력을 해나갈 때 부딪치는 부분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양국간 산업 공급망의 안정은 양국 모두에게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경쟁분야에서는 경쟁하더라도, 양국이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새 영역을 찾고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컨데, 현재 중국도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노인의료보건사업이 큰 이슈 입니다. 또 한국 대중문화가 전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엔터테인먼트나 캐릭터, 뷰티 산업에서도 높은 위상을 구축했는데요. 이런 분야에서 이익 분배에 대한 논의가 잘 풀린다면, 여전히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고 봅니다. 그런 영역을 찾아서 확대시킨다면 공통의 경제 이익으로 연결 시킬 수 있을 겁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과 중국은 서로 가치와 체제, 정체성이 다른 나라입니다. 때문에 상대를 이해하고 협력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양국 정부가 청년이나 차세대 지도자 같은 젊은세대 부터 장기간 교류하면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것을 정례화하는 노력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회에선 ‘대한민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해 서정인 전 아세안 대사의 조언을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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