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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단독]징용 피해자측 “제3자 변제금 받긴 하지만, 日도 사과-호응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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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배상금 수령’ 신청자 인터뷰

“日총리, 직접 사죄-반성 언급하고 가해기업 어떻게든 배상 기여 필요

긴 소송 끝났지만 마음 좋지 않아”

포스코 외 韓수혜기업 동참도 촉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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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변제한다는 배상금은 받지만 사과 한마디도 어려운 일본에는 굉장히 섭섭하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A 씨는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른 배상금 수령을 하루 앞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아쉬움을 표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부친의 상속자 자격으로 배상금을 받게 된 그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과거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것만으론 충분한 입장 표명이라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변제한 배상금을 수령했거나 수령할 유족 4명을 13일 인터뷰했다.

● “韓 변제 배상금 받지만 日 피고 기업 참여해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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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또 한일 재계가 조성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과 관련해 “한일 기업들이 징용 피해자들의 손주들을 위해 미래 장학기금을 만들겠다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일본) 피고 기업의 징용 배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피고 기업이 배상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변제금을 받겠다고 신청했으니 일본 기업에 채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일부 피해자 및 대리인단으로부터 이번 배상금 수령이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A 씨는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셈이다.

재단에 배상 변제금 수령 신청서를 제출한 피해자 유족 B 씨도 “오랜 소송이 끝났지만 후련하지도 마음이 그리 좋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이 양심껏 호응하고 성의를 보여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받지 않겠다는 사람도 나오는 것”이라며 한숨 쉬었다.

B 씨는 또 “소송을 진행하면서 해결이 될 듯하다 안 되던 경험이 수차례 있어 사실 배상금 수령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형제들하고 나눠 가지면 (배상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주면 받고, 안 주면 그 돈 안 받아도 그만’이란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법원 판결 전 작고한 부친과 소송 진행에 관심이 없는 형제들을 대신해 홀로 수년간 재판에 참석했다. 일본 피고 기업을 직접 찾아가 시위도 했다. B 씨처럼 소송 뒷바라지를 했던 일부 피해자 유족들은 정부 해법에 따른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생존 피해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당사자가 아니면서 돈을 받으려 한다”는 일부 세간의 비판에 부담을 느끼는 유족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배상금 받은 사실 드러내고 싶지 않아”

유족 C 씨는 7일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변제한 배상금 약 2억 원을 받았다. 그는 “배상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징용 문제가 얼른 매듭지어지길 원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도 없다”고 했다. 배상금을 받은 다른 유족들 일부도 정부·재단 관계자와 지난달 면담 때부터 “접촉 사실은 물론 수령하겠다는 의사, 수령했다는 사실 모두 알리고 싶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수령을 거부하는 피해자가 있는 가운데 배상금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유족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A 씨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들 중 포스코 외 다른 기업들도 재단 변제금 기금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상금 마련에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일관한다면 일본 피고 기업들은 이를 보고 (지금보다) 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유족들은 “피고 기업이 나서야 하지만 청구권협정 자금으로 경제개발을 이뤄낸 우리 정부와 기업도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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