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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해외로 튀고 가족한테 주고…"추징금 배 째" 제2의 전두환 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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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미납추징금 31조, 숨기긴 쉽고 뺏긴 어렵다(下)

[편집자주] 범죄수익 몰수·추징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감옥 갔다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진다. 범인이 은닉한 수익까지 회수하는 것이 형벌의 완성이자 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대로면 제2의 전두환 나와도 속수무책…"기득권 대물림 끊어야"

-'전두환 추징3법' 국회 계류 중

머니투데이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의 비자금 의혹 폭로에 나선 가운데 현행 추징금 환수 제도의 법적 공백을 보완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특히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해 재판이 불가능한 사건 등에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6월 발의한 '전두환 추징3법'(공무원범죄몰수법·형사소송법·형법 개정안)이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계기로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추징금을 미납한 사람이 사망하면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한다는 것이 요지다.

현행법에서는 당사자가 사망하면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가 중단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전두환씨의 며느리 이윤혜씨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몰수나 추징을 비롯한 재산형 등의 집행은 재판을 받은 자에 대해서 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집행할 수 없다"며 "전씨가 사망한 뒤로는 원고(이씨)를 상대로 추징 집행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21년 숨진 전씨의 미납 추징금은 922억원에 달한다. 추징금 2205억원 중 환수된 금액은 1283억원으로 전체의 58.2%에 그친다. 전씨 외에도 당사자 사망으로 추징금 집행이 불가능해진 사례가 적잖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200여건, 약 80억원이 당사자 사망으로 추징집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개정안은 추징 대상을 넓히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공무원의 뇌물죄 및 국고손실죄를 다루기 위해 1995년 제정됐다. 2013년 전두환씨 미납추징 문제로 추징 범위를 제3자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찰에서 전씨의 추징금 집행을 위한 특별수사에도 착수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법에서 범죄자가 친족이나 제3자에게 불법재산을 상속했을 경우 상속자가 불법재산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추징할 수 없는 규정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제3자가 무상으로 상속, 증여받은 경우에는 불법재산이라는 것을 인지했든 인지하지 못했든 몰수하도록 했다. 또 범죄자로부터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거래 대상이 불법재산이었음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3자가 직접 입증하도록 했다.

형법 개정안에서는 독립몰수제 도입이 핵심이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하는 등의 이유로 법원의 선고가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독립적으로 몰수 또는 추징하는 제도다.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범죄 연관성이 있다고 확인되는 등 요건을 충족했을 때 추징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독일, 호주 등에서 독립몰수제를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입법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패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 독립몰수제"라며 "부패범죄는 기득권이 지위를 유지하려고 재산을 대물림하는 형태인데 제2, 제3의 부패범죄를 막으려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전씨의 미납금 추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범죄는 행위시 법률에 따라 처벌하고 처벌 후 만들어진 법에 소급하지 않는다는 형벌 불소급 원칙 때문이다.

승 연구원은 "본질적으로는 형벌 불소급 원칙 때문에 소급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며 "일단 법안 통과가 우선인데 특정인에 대한 소급이 필요하다면 추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환은 판결이라도 났지만…추징금 죽거나 도망치면 답 없다

-추징 못하는 범죄수익, '독립몰수제'가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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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019년 3월11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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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징금 문제가 불거진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로부터 검찰이 환수한 비자금은 1282억원이다.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58% 수준에 그친다. 전씨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미납추징금 900여억원이 최근 부쩍 주목을 받지만 추징금 문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가 범죄수익을 한 푼도 환수하지 못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이 대표적이다. 조씨는 의료기기 대여사업을 가장한 폰지 사기로 전국에서 수조원대 투자금을 긁어모은 뒤 2008년 해외로 밀항해 2011년 12월 중국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지검은 조씨에 대해 재수사에 돌입했지만 2016년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조씨가 기소조차 되지 않으면서 법원은 조씨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몰수를 선고하기는커녕 심리조차 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몰수·추징은 검찰이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겨야 법원이 선고할 수 있다. 몰수·추징이 형법에 규정된 형벌의 일종인 탓이다. 그렇다면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어떻게 될까. 검찰의 기소부터 막히고 사망 직전 기소되더라도 법원이 결국 공소를 기각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독립몰수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립몰수제는 피의자에 대한 기소와 별개로 검찰이 수사 도중 발견한 범죄수익을 놓고 법원에 몰수·추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즉 몰수·추징을 현행 형사재판과 분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사사건처럼 원고인 검사가 피고인 피의자를 상대로 몰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통상 형사소송보다 입증이 수월한 편인 민사소송으로 범죄수익을 추징하자는 것이다.

독립몰수제 도입 법안은 18대 국회부터 수차례 발의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범인이 사망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도 요건을 갖춘 경우 몰수를 선고할 수 있게 하자"며 '전두환 추징3법'의 일환으로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검찰과 법무부는 이른바 '검은 돈'에 대한 환수가 쉬워질 것이라며 도입을 환영한다. 한편으로 형사사건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제기된다. 검경과 혐의를 다퉈야 하는 피의자와 변호인이 수사와 동시에 재산 문제로도 소송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과중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형사절차에선 피고인이 확정된 몰수·추징을 이행하지 않고 사망할 경우 집행이 중단되는데 민사절차로 몰수·추징이 이뤄지면 상속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독립몰수제 도입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이뤄지고 있는 부속서 권고사항 개정 논의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논의 중인 권고사항에는 독립몰수제를 의무화하고 범죄수익 몰수·추징시 입증책임 완화와 범죄수익 추정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일 대검찰청에서 라자 쿠마 FATF 의장을 만나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사기쳐 2.2조 꿀꺽해도 감옥 가면 끝…돈 뜯긴 피해자만 '피눈물'

-법 악용하는 범죄자들…"대형 사기로 감옥다녀와도 이득"자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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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감옥에서 한 2년 살다 나오면 그만이에요. 돈 다 숨겨놨거든요'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방경찰청 수사관은 기자에게 "환치기 등을 통해 해외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경우에는 사실상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때 시민들은 분노한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법에 대한 불신도 높아진다.

현재로서는 법원에서 추징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자신 명의로 재산이 없는 등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 얼마든지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이모씨(28)는 "세금도 내고 각종 의무를 부담하는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집행돼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모씨(30)는 "법이 허술하니까 잘 알면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도 그렇게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씨(28)도 "대형 사기 범죄나 뇌물 범죄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 유죄 받아서 감옥 갔다와도 이득이 아닌가 하는 말을 동료들과 많이 한다"고 했다.

범죄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 크다. 2조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브이글로벌 대표 이모씨는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이씨는 거래소 회원가입 조건으로 '600만원짜리 계좌를 개설하면 수개월 내로 원금의 3배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회원 5만2800여명으로부터 2조2500억원을 입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이 사건 피해자들은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대법원이 "이씨 등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을 정확히 알 수 없고 검사가 이를 특정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부패재산몰수법상 추징을 할 수 없다"고 최종 판단한 탓이다.

범죄수익은 관련법에 따라 국가 귀속이 원칙이지만 사기나 횡령·배임 등 범죄의 피해자 자산은 예외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다만 범죄 피해금이 피의자 계좌에 있다 하더라도 통상적인 영업행위에 따른 매출이나 개인 자금 등 합법재산이 섞여 있는 '혼화재산'은 몰수할 수 없다.

이 사건 이전부터 다단계 업체 운영 경험이 많았던 이씨 등 브이글로벌 운영진 계좌에는 하루에만 1만건이 넘는 입출금 기록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익금 분배 비율 등을 문서 형태로 남기지 않아 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금을 특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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