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기사 대니(스티븐 연)는 분노로 가득하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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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대니(스티븐 연)는 전에 산 화로를 환불하려 마트에 갑니다. 직원은 몇 번째 환불이냐며 그에게 면박을 줍니다. 영수증이 보이지 않아 환불도 하지 못한 채 그는 마트를 나섭니다. 빨간 트럭을 몰고 주차장을 나서려던 때, 지나가던 흰색 SUV가 대니의 차를 향해 경적을 울립니다.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 그는 “뭐가 문제냐”며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소리칩니다. SUV 운전자는 그런 그를 향해 사과 대신 손가락 욕을 날리고 자리를 뜹니다. 대니는 그 뒤를 쫓고, 분노의 질주가 시작됩니다.
대니는 집 곳곳을 고쳐주는 수리업자입니다. 일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죠. 동생은 게임과 코인에 빠져있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모텔 사업이 망한 부모님은 떠밀리듯 한국에 가 있습니다. 대니는 이 모든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세상이 지긋지긋합니다. 흰색 SUV에 타고 있던 이는 에이미(앨리 웡)입니다. 그 또한 분노로 가득합니다. 자수성가해 ‘고요하우스’라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쉬고 싶고, 돌봄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일을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재능 없는 예술가인 남편과 어린 자식을 부양하고 커다란 집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삶은 회의, 이메일, 가식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동네를 떠들썩하게 한 추격전을 벌인 대니는 결국 운전자 얼굴도 보지 못한 채 SUV를 놓치고 맙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해 에이미의 집을 찾아내죠. 그는 복수를 하기 위해 에이미를 찾아갑니다. 대니와 에이미가 서로 복수의 복수를 거듭하며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에이미(앨리 웡·왼쪽)와 대니(스티븐 연)의 복수전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 인생을 덮친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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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은 도로 위에서 적으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지난 6일 공개됐습니다. 대니와 에이미는 서로 때문에 신세를 망쳐가지만 표정은 어딘가 시원해 보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그들은 여러 의무에 쫓겨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왔습니다. 계급은 다르지만 비슷한 막막함과 답답함을 느낍니다. 항상 무언가가 그들을 괴롭히는데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고 가족이나 상담사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죠. 그런 그들이 서로를 만나고부터는 욕을 퍼붓고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드라마 <워킹데드> 영화 <미나리> <버닝> 등에 출연한 스티븐 연이 대니를 연기했습니다. 그는 “대니는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해야할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그의 눈에는 세상이 자신을 계속 고꾸라뜨리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누구나 자신 안에 ‘대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그림자 같은 부분, 자신을 억압하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대니를 연기하는 것은 끊임없는 공포나 불안에 놓여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충동을 탐험하는 것이었다. 재밌고, 고통스럽고, 아름답고, 소름돋는 과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에이미(앨리 웡)는 재능 없는 예술가인 남편 조지(조셉 리)와 함께 산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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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간’ 캐릭터들의 예측불허한 행동 속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습니다. 사이사이 웃음도 놓치지 않습니다. 흡인력 있는 이야기가 완성도 높은 연출로 선보여집니다. 한국인 시청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일본인을 싫어하는 한국인, 교회 찬양팀의 인기, ‘참한’ 한국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한국인 등 설정에 담긴 맥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의무와 압박에 둘러싸여 참고 참다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인물들도 ‘화병’의 나라인 한국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성난 사람들>은 14일 기준 전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99%를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습니다.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을 만든 제작사 A24가 만들었습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이기도 한 데이비드 최, <엄브렐라 아카데미> <애프터 양>의 저스틴 민 등 한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합니다. 매회 다른 타이틀 아트는 데이비드 최가 작업했습니다.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10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몰아보기 지수 ★★★★ 한 편당 30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전개
반가움 지수 ★★★ 미드에서 카카오톡 페이스톡 알림을 들을 줄이야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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