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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살해 후 자살’ 방지 위해 독일 아동살해 727건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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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2일 세이브더칠드런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국제심포지엄에 연사로 참석한 울리케 자린거 독일 함부르크경찰응용과학대학교 교수가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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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이 언제든 위험에 처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 세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울리케 자린거 독일 함부르크경찰응용과학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일 세이브더칠드런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국제심포지엄에서 비극적 사건을 막기 위해 사회가 이 같은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린거 교수는 독일에서 1997년부터 2012년 사이 발생한 아동 살해 사건 727건의 법원 기록을 전수조사했다. 2007년부터 꼬박 10년이 걸렸다. 727건 중 ‘자녀 살해 후 자살’ 건은 168건에 달했다. 심포지엄에서 연구 내용을 공유한 자린거 교수는 행사가 끝난 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건을 누가, 왜 저지르는지, 그리고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기원을 알고 싶어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가 꾸준히 발생한다. 지난달 30일에는 경기 화성에서 40대 어머니가 6살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겹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인천과 제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피해 아동수는 2019년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공식 통계부터 미비한 실정이다. 피·가해자가 모두 사망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진술을 확보할 수 없다. 피의자가 자살하면 ‘공소권없음’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사인을 심도 있게 확인하기도 어렵다.

자린거 교수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뿐 아니라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시도했다 가해자가 살아남은 사건까지 법원 기록을 전수조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가해자가 처벌받기까지 전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사건 발생 가정을 상담한 사회복지사들과도 심층인터뷰를 했다. 쉽지는 않았다. 그는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에 법원의 허락을 구하는 데 몇 년씩 걸리기도 했다”면서 “부처 간이나 연구 목적일 경우 사안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 공유가 원활해질 필요 있다”고 했다.

자린거 교수는 독일 내 비속살해의 주요 원인으로 정신질환과 별거 등의 관계 갈등을 꼽았다. 다만 “(사건이) 한 가지 동기만으론 설명되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한국의 경우 금전적 문제가 자녀 살해 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 같은데 전수조사를 하면 생각지 못했던 원인을 파악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관련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위험 지표’를 구체화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자린거 교수가 인터뷰한 사회복지사들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가정들이 결코 고위험군 가정이 아니었다”며 “이보다 훨씬 고위험군인 가정 100곳을 더 보여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한 사회복지사에게선 “엄마가 아이를 너무나도 잘 돌보고 있었기 때문에 4살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위험 지표를 고도화해도 언제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린거 교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아동이 항상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복지 지원 전반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린거 교수는 “힘들어진 사람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자녀 살해 후 자살만이 힘듦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게 될 수 있다”면서 “생활고든 관계 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있음을 알리고 복지 기관을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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