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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김남국發 가짜뉴스는 누가 책임지나 [김지현의 정치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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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60억 원 코인’ 의혹에 휘말린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국회에서 전화 통화하는 모습. 김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지 9일만인 14일 당을 전격 탈당했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진상 조사 등도 중단될 전망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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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오전

-기자 A “(위믹스) 코인을 판 시점이 언제냐”
=김남국 “판 게 아니고 ‘인출 ’한 거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소 간 이체한 거다.”

(중략)

-기자 A “그럼 인출한 시점이 (2022년) 3월이냐?”
=김남국 “2월 얘기하던데. 인출이 아니고 거래소 이체다. 다른 투자를, 다른 가상화폐 투자를 하려고 했다. ‘스와프’라고 해서 여러 개 코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거래소 간 이체다.

-기자 A “(바꾼 코인은) 계속 갖고 있는 건가.”
=김남국 “지금 남아있는 (코인) 금액은 거의 없다”

5월 7일 오후 통화

-기자 B “(당신이 말하는) 인출이 무슨 의미냐”
=김남국 “인출이란 게 현금화가 아니다. 자꾸 국민의힘에서 인출, 현금화해서 대선자금으로 썼다는데 그게 아니다.”

-기자 B “코인을 일부 현금화했다는 (KBS 6일) 보도도 있다. 아예 현금화한 적이 없는 것이 맞는 것인가.”
=김남국 “현금화한 건 있는데 정말 일부만 했다.”

-기자 B “그럼 원금 정도를 현금화했다는 건가.”
=김남국 “아니, 원금도 아니다. 현금 인출은 440만 원뿐이다.”

-기자 B “그렇게 되면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2021년과 2022년 사이 늘어난 예금이 9억 원 늘어난 게 설명이 안 된다. 국민의힘도 그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김남국 “국민의힘이 산수도 못 하는 거다. 재산 신고는 12월 31일 기준이다. 현금이 왔다 갔다 하니까. 유동성이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하는 거다.”

-기자 B “그럼 그 말은 위믹스 코인을 산 게 2022년 초라는 의미인가.”
=김남국 “아니, 언제 샀는지는 정확히 봐야 한다.”

5월 7일 밤 통화

(김 의원이 ‘ATM 출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선거일 전후인 2022년 1월~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 원이었다’는 입장문을 낸 직후)

-기자 B “지금 입장문을 보니, 이제까지 말한 ‘인출 440만 원’이란 게 ATM 기기에서 인출한 현금이 440만 원이라는 뜻이냐.”
=김남국 “자꾸 저쪽(국민의힘)에서 (코인 수익을 현금화해서) ‘대선 자금으로 썼다’라고 하니까 그 기간(2022년 1~3월 사이)에 현금을 뽑은 내역을 다 공개한 거다.”

-기자 B “그럼 ATM 출금은 440만 원뿐인 거고, 위믹스 수익을 현금화한 건 없다는 얘기냐. MBC도 몇백만 원만 현금화했다고 기사를 썼다.”
=김남국 “몇백은 했다.”

-기자 B “ATM 기기 이체 내역 말고, 위믹스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 되지 않나.”
=김남국 “그 방법도 고민해봤는데 그걸 공개하면 지갑 주소가 특정돼버리니까 범죄의 소지가 있다.”

동아일보

김남국 의원이 ‘60억 코인’ 의혹이 불거진 지 9일 만인 14일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자진 탈당했다. 이날 오전 김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하는 모습. 이로써 민주당에선 이달 들어서만 돈 봉투 의혹 연루 의원 두 명에 이어 김 의원까지 현역 의원 3명이 자진 탈당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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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이 터진 직후인 5월 7일 하루 동안 동아일보 기자들이 김 의원과 직접 통화한 주요 내용입니다. 기자들도 이번 사안을 취재하면서 김 의원의 밤낮으로 바뀌는 답변에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기자 A와 B가 묻는 내용은 결국 간단합니다. ‘위믹스 코인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현금화했느냐’입니다. 김 의원이 2021년 신고한 재산은 주식 9억4000만 원, 예금 1억5000만 원 등 총 11억8000만 원이었고, 2022년엔 주식 0원, 예금 11억2000만 원 등 총 12억7000만 원이었거든요. 김 의원은 1년 만에 예금이 9억 원 넘게 늘어난 사유로 ‘보유 주식 매도 금액 및 급여 등’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식을 판 돈으로 코인을 산 것”이라는 그의 해명대로라면 1년 새 갑자기 늘어난 예금 9억 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죠. 위믹스 코인을 현금화했는지를 거듭 본인에게 확인한 이유입니다.

동아일보

김남국 의원의 최근 3년간 재산 신고 내역. 채널A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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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오전 통화에선 ‘(가상화폐를) 판 게 아니라 인출했다’, ‘인출이 아니고 거래소 간 이체한 거다’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이어 추가로 어렵게 이뤄진 같은 날 오후 통화에서 ‘대체 당신이 말하는 인출의 개념이 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는 “인출이 현금화가 아니다”라고 하죠.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말하는 ‘인출’이 코인 업계에서 혹시 따로 쓰는 용어인지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날 안으로 입증 자료도 함께 밝히겠다던 그는 그날 밤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은 440만 원만뿐’이라며 2022년 1~3월 사이 국민은행 ATM 기기에서 인출한 440만 원의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대선 전후로 큰돈을 인출한 적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통화 문맥상 충분히 느껴지시겠지만, 기자들이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한 부분, 그리고 사람들이 당연히 궁금해할 법한 내용은 김 의원이 ATM기기에서 인출한 현금 내역이 아니라, 위믹스 코인 수익의 현금화 여부였습니다. 변호사 출신 ‘투자의 귀재’ 김 의원이 이 말을 못 알아들어서 ATM 출금 내역을 증빙 자료로 공개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동아일보

김남국 의원이 8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자신의 ATM 출금 내역. 그는 “ATM 출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선거일 전후로 2022년 1월~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 원이었다”라며 대선 자금으로 코인 수익을 이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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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당당하던 김 의원은 불과 3일 뒤 당 지도부에게 소명하는 과정에선 “코인 수익 중 9억8000만 원 원금을 회수해 통장에 넣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갖고 있던 주식 9억 원어치를 팔아 코인을 산 뒤, 원금만큼 현금화하고도 현재 남은 코인 금액이 9억1000만 원 어치라고 밝힌 겁니다. 현금화한 건 고작해야 몇백만 원 수준이라던 것도, 지금은 남은 코인 액수가 거의 없다는 것도 모두 거짓 해명이었던 셈입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뿐 아니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위믹스 코인을 다른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이체했다” “위믹스 코인을 현금화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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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이 논란이 이어지던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기자들은 김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날 저녁까지 의원실 문 앞에서 대기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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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흔히 ‘물 먹는다’라고 표현하는 ‘낙종’(특종의 반대말)보다도, 오보를 쓰는 걸 더 두려워합니다. 자기 이름을 달고 쓴 기사가 잘못됐다는 게 뒤늦게 알려질 경우 정상적인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괴롭고 수치스럽죠. 그래서 주요 언론사는 입사 직후부터 같은 내용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체크하고, 여러 경로로 확인하도록 하는 ‘크로스체킹’ 과정을 거치도록 교육합니다. 책임감을 갖고 최대한 오류를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이번 코인 의혹이 터졌을 때도 동아일보뿐 아니라 주요 언론들이 김 의원에게 직접 해명을 듣고 기사에 반영하기 위해 온종일 통화를 시도하고, 의원실 앞으로 찾아가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반복된 주장을 기사에 반영했던 것도, 적어도 그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꼬박 1주일간 교묘한 ‘말 바꾸기’와 한동훈 검찰총장과 김건희 여사를 끌어들이는 ‘물타기’ 식 해명만 이어가다 자신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추정되는 주소가 공개되고 ‘코인 게이트’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14일 오전 자진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탈당 사실을 밝히는 입장문에서조차 “지난 일주일 허위 사실에 기반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습니다”라고 썼더군요.

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왼쪽부터), 박주민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의원 등이 2021년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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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 의원은 유독 ‘가짜뉴스 엄벌’을 주장해왔습니다. 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이자, 미디어 혁신특위 위원이었던 그는 2021년 8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강행 처리시키는 과정도 주도하기도 했죠. 당시 그는 “언론이 제대로 확인하거나 취재하지 않고 가짜뉴스를 양산해서 굉장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2021년 8월 25일 KBS라디오) “언론중재법은 언론에 의한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확실한 법안이 돼야 한다”(2021년 8월 25일 CBS라디오)는 등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 구제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님, 그러면 본인 입으로 쏟아낸 가짜뉴스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실 겁니까. 적어도 국회의원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내놓은 해명 정도는 기자들도 그대로 믿고 쓸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남에겐 엄격하면서 본인에겐 관대하고, 이러니까 민주당이 그토록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판받는 겁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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