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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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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늦은 봄이지만…‘꿀잼’은 지금부터[지극히 味적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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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나주 목사고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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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딸기는 잼이나 청을 만들기에 딱 맞다. 귀찮음만 이겨내면 여느 시판 딸기잼보다 맛있는 잼을 만들어 여름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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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장은 전남 나주다. 나주로 떠나면서 봄나물 보기에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사심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선택이었다. 1982년 초등학교 5학년부터 타이거즈 팬으로 살았다. 태어난 곳과 자란 곳은 대구와 인천이지만 40년 내내 팬이었다. 장이 열리는 날에 광주에서 야구 경기가 있어 겸사겸사 나주로 결정했다.

5월 초, 역시나 시장에서 나물 보기는 어려웠다. 나주는 예전에 세지면을 자주 갔다. 2010년까지 세지에는 토하젓을 생산하는 곳이 있었다. 공장 옆 저수지와 양식장에서 새뱅이를 양식했다. 양식한 새뱅이로 젓갈을 담근 것이 토하젓이다. 저가의 중국산이 밀려오면서 생산을 포기했었다. 내 기억으로는 우체국 통신 판매에서 토하젓을 유일하게 판매했었다. 토하젓은 따뜻한 밥에 양념한 토하젓 넣고 비벼 먹는 것이 기본. 더 맛나게 먹는 것은 돼지고기와 궁합을 맞추는 것이다. 삶은 것도 좋고 구운 것도 좋다. 구운 것도 생고기나 양념한 것을 차별하지 않는다. 쌈장과 토하젓이 있다면 내 선택은 토하젓이다. 토하젓은 큰 용량보다는 작은 용량이 낫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도 개봉해 먹다 보면 하얀 곰팡이가 쉬이 낀다. 염분이 적어서 그렇다. 걷어내도 며칠 지나면 또 생겨 버리기 일쑤다. 나주에서 광주송정역 가는 방향에 돼지고기 구이집이 있다.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온 곳으로 쌈장도 나오지만 토하젓이 같이 나온다. 다른 메뉴는 없고 돼지고기 구이만 판매한다. 구이도 괜찮고 나오는 토하젓도 간이 슴슴하니 좋다. 두 가지 아쉬운 것은 뻣뻣한 쌈 채소와 공깃밥이다. 잘 구운 돼지고기의 맛을 반의반으로 만들고 있다. 송현불고기 (061)332-6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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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오일장에서 딸기 1kg을 6000원에 샀다. 2월에는 상상도 못할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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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보기엔 늦은 5월의 시장
모종 파는 곳이 가장 붐빌 계절
향 은은한 제비쑥떡 한 입 물고
이웃 영암·함평서 온 칠게 구경

봄 한창 때의 딸기는 잼·시럽용
저렴해진 과실 사다 설탕 넣고
두 시간 중탕 후 약불로 끓여내
맛 보면 시판 제품 못 먹을 지도

나주에 오일장은 시내의 목사고을시장(4, 9장)과 이웃한 영산포시장(5, 0장)이 대표다. 오일장인 성북장과 상설시장인 금계매일시장을 통합해 2012년 장소를 옮겨 지금의 목사고을시장을 열었다. 상설시장과 오일장이 합쳐졌다는 것 외에는 다른 시장과 모양새는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상설시장에 빈 점포를 찾을 수 없다는 것과 세금 잡아먹은 청년몰이 없다는 것이 다르다.

오일장 구경에 앞서 상설시장을 구경했다. 무엇이 있는지보다는 점포마다 상품이 얼마나 있는지를 봤다. 상품이 많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손님이 많다는 의미다. 오일장이 같이 열리는 전국의 상설시장을 보면 개점휴업 상태가 많았다. 여기는 상품 회전이 좋은 듯 선도도 좋고 품목이 많았다. 정육점은 고기뿐만 아니라 부속물도 꽤 많아 보였다. 장사가 된다는 방증이다. 상설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홍어집 두어 곳과 생선구이집 그리고 반찬가게와 분식점과 마트가 있다. 떡집도 빼서는 안 된다. 떡집에 투박하게 생긴 떡이 놓여 있었다. 화려함과는 조금 먼 떡이다. 언뜻 보기에 전라도나 충청도 어디나 가면 있는 모시잎 떡이 있었다. 잘못 봤다. 모시잎 떡이 아닌 제비쑥떡이다. ‘맛의 방주’에 등재된 떡으로 친환경으로 재배한 제비쑥으로 만든다고 한다. 제비쑥은 초봄 땅에 붙어 자라는 쑥과 달리 양지바른 곳에서 쑥쑥 크는 쑥으로 이파리의 끝이 제비 꼬리를 닮아 그리 부른다. 여느 쑥떡처럼 은은한 향이 꽤 괜찮다. ‘맛의 방주’는 우리나라 음식 중 사라져 가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방주에 올리고 보호하고 지키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 보살피지 않으면 곧 사라질 것을 지키고 있다. 나주목사고을시장에 갔다가 떡이 떠오르면 꼭 한 번 맛봤으면 한다. 쑥떡이나 모시잎 떡이나 거기서 거기라 여기기 쉽지만 각각의 맛은 다르다. 나주떡보 (061)334-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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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불난 호떡집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는 곳은 모종 파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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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시장을 나와 광장을 지나면 오일장터다. 든든한 배후도시를 뒷배로 두고 있으면 시장은 크고 활성이 잘된다. 나주시 자체의 인구에 혁신도시 인구까지 더해져 장터는 제법 규모가 있다. 장터는 크게는 주차장 쪽에 옷가지와 도구 파는 곳과 먹거리 구획으로 나뉘어 있다. 길 하나를 건너면 오일장터다. 두 장터 사이 한편에는 갖가지 모종 파는 곳이 모여 있다. 다양한 상추를 비롯해 지금 심으면 두어 달 지나야 수확할 수 있는 것을 판다. 장터에서 불난 호떡집보다 훨씬 번잡한 곳이 모종 파는 곳이었다. 시기상으로 자연이 내주는 것은 사라지고 사람들이 애를 써서 심고 가꿔야 하는 계절이 왔음을 보여준다. 지난 거창장 출장 갈 때 메말라 있던 논에는 물이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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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곳에서 쑥쑥 크는 제비쑥으로 만든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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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는 바다가 없다. 영산강을 하구언으로 막기 전까지 나주는 서남해서 잡은 수산물이 강을 타고 올라왔다. 물길이 막히고 나서는 다양한 수산물이 나는 목포와 무안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영암이나 함평 것이 장터에 나온다. 이웃에 바다가 있는 덕분에 비린 것이 장터에 많았다. 개중에는 개펄에서 잡는 작은 게인 칠게 파는 곳이 많았다. 칠게는 간단하게는 기름에 달달 볶아 먹기도 하지만 믹서에 곱게 갈아 젓갈처럼 담가 먹는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말린 고추, 양파, 마늘, 고춧가루, 칠게 등을 넣고 갈면 끝이다. 용기에 담아 일주일 정도 냉장고에 보관하면 먹을 수가 있다. 길게는 3년, 짧게는 보름 이상 숙성해야 하는 다른 젓갈에 비해 숙성 기간이 짧다. 칠게의 짭조름한 맛이 제법 괜찮다. 그 덕분에 장터에서 최고 인기다. 나주나 목포는 홍어가 유명하다. 장터에도 홍어 구경은 할 수 있으나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찾은 이가 적은 듯 선도가 그리 좋지 못했다. 상설시장에 홍어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두 개나 있거니와 영산포만 가더라도 홍어 살 수 있는 곳이 많으니 굳이 여기서 사지 않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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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에서 잡은 칠게는 곱게 갈아 젓갈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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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가 있는 곳은 원도심이다. 나주와 광주 사이에 혁신도시가 생겼다. 혁신도시에는 깔끔한 마트 위주다. 구도심 로컬매장은 작고 볼 것이 적었다. 대신 혁신도시에 있는 것은 매장이 크고 볼 것이 많았다. 바다가 없는 나주이기에 수산물은 진도수협의 상품이 대신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국내산 쥐포를 사고는 딸기를 샀다. 5월 딸기는 맛없다. 보기에는 맛있어 보여도 실상 맛을 보면 신맛이 가득하다. 오랫동안 딸기 농사를 지은 분께 들은 이야기, 딸기는 꽃이 지고 35일 동안 총 700도의 온도가 쌓여야 제맛이 든다고 했다. 3월 말부터 5월 현재까지 기온이 올라간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할 때 외부 기온이 13도, 장터 구경할 때는 25도였다. 딸기가 맛나게 익을 수 있는 35일 안 돼서 딸기를 출하한다. 신맛이 단맛으로 변하지 못하고 색만 예쁘게 물든다. 봄이 한창일 때 나오는 딸기는 가격이 싸다. 딸기가 맛있는 2월에는 상상도 못할 가격인 1kg 6000원에 샀다. 크기가 크고 모양 좋은 것은 1만원 조금 넘는다. 생과로 먹는다 해도 굳이 사지 않는다. 잼을 만들 생각이라면 더욱더 사지 않는다. 과일이 크다고 더 맛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 욕심 때문에 큰 게 좋아 보여서 가격만 높다.

딸기잼 만들기는 쉽다. 귀찮음만 이겨내면 여느 시판 딸기잼보다 맛나게 만들 수가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딸기와 설탕만 있으면 된다. 간혹 무설탕 잼이라 파는 것이 있다. 설탕 대용품을 넣거나 혹은 과일 농축액을 넣기도 한다. 과일 농축액은 과일만 농축한 것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농축할 때 설탕을 넣고 했는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비싼 가격이다.

씻은 딸기를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는 손으로 주무르거나 주걱으로 뭉그러트린다. 설탕은 딸기 무게의 30~40% 넣으면 된다. 시판 딸기잼은 설탕량이 조금 더 많다. 이유는 딸기가 설탕보다 비싼 재료라서 그렇다. 내가 하는 방식은 처음 두 시간은 중탕으로 끓이다가 얼추 딸기가 흐물흐물해지면 중탕을 중지하고는 가장 약한 열기에 잼을 끓이는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걸리는 시간만큼 센 불에 하는 것보다 훨씬 선명한 색의 딸기잼을 만들 수가 있다. 만들 때 소금 조금 넣으면 단맛이 도드라진다. 소금의 순 역할이 단맛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잼 만들 때 레몬즙을 넣으면 좋다. 레몬즙의 유기산은 딸기에 부족한 펙틴 대신 잼 만들기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C는 딸기의 빨간색이 칙칙한 색이 되지 않도록 한다. 여름에 먹을 요량으로 시럽을 만들어도 좋다. 딸기 과즙에 설탕을 넣고 농축하면 시럽이 된다. 5월, 계절적으로 딸기잼이나 딸기청 만들기 딱 맞다. 생과가 없는 계절엔 냉동 딸기도 괜찮다. 한번 만들어보면 시판 딸기잼 사기 힘들 것이다. 맛과 향이 다름을 알게 된다.

▶김진영

경향신문

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8년차 식품 MD.


김진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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