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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이슈 이태원 참사

"골든타임 다 써"…이상민 탄핵심판 이태원 참사 초동대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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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이은애 재판관(왼쪽), 이종석 재판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2회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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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관리 주관기관을 지정하는 데 골든타임을 다 써버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청구인 측 노희범 변호사)

“그 상황에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가동해도 저희가 했던 것과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쟁점이 된 건 ‘시간’이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부터, 재난관리 주관기관이 행안부로 정해진 이튿날 오전 1시 50분 무렵, 그리고 중대본이 가동되기 시작한 같은 날 오전 2시 30분까지의 공백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서다.

재난안전법은 재난 유형에 따라 예방·대응·복구 업무를 주관하는 주관기관을 정하고 있다. 주관기관은 재난 시 중수본을 설치하고 위기 경보를 발령한다.



“주관기관 정하는 데만 3~4시간…이해 어려워”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측 대리인인 노희범 변호사는 “규정이 어떻든, 그동안 참사로 인한 피해가 확대되고 있었는데, 재난안전법에 따른 중대본·중수본 설치와 운영이 전혀 안 되고 있었다”며 “주관기관을 정하는 데 3~4시간이 걸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회 측 대리인인 장주영 변호사 역시 “주관기관이 됐으면 바로 중대본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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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2회 변론이 열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측 최창호(왼쪽부터), 김종민, 노희범, 장주영 변호사가 앉아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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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행안부가 주관기관인지에 대한 사전 검토가 선행돼야 했다”며 “재난 성격을 판단하고 관련 부처 업무와 성격, 업무분장 사항에 대한 판단을 종합적으로 하고 난 다음에 중대본이든 중수본이든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판단으로 주관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사건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어느 부처가 주관기관이 돼야 하는지 내부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난안전법은 재난이 발생한 장소에 따라 주관기관을 정하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는 공용도로에서 발생한 탓에 주관기관이 명확지 않아 참사 초기에 정부 부처 간 혼란이 있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당시 중수본이 왜 가동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맹공을 이어갔다. 재난안전법상 주관기관의 장은 재난이 발생한 경우 중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김 본부장은 “사안의 중대성과 범정부적 재난 대응의 필요성이 있었기에 바로 중대본을 가동하는 것으로 검토했다”며 “제 기억엔 (행안부는) 중수본을 한 번도 설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주영 변호사가 “행안부 훈령에 따르면 중수본을 중대본으로 확대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아예 설치를 안 했다면 훈련 규정을 위반한 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본부장은 “사회재난에 행안부가 주관기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자연재난의 경우 중수본 없이 바로 중대본을 운영하도록 내규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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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2회 변론이 열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 장관 측 윤용섭, 이진만 변호사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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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또 “그 상황에선 중대본·중수본을 가동해도 저희가 했던 것과 달라질 게 없다”며 “상황을 파악하고 전파하고, 각 기관들이 맞게 조치하도록 하고,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조치사항을 점검하고, 조정을 이끌어내고 이런 과정들은 중대본이 있든 없든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운집 자유 제한할 법적 근거 없어”



‘주최자 없는 축제’가 재난안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느냐를 두고도 열띤 공방이 오갔다. 김 본부장이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 없는 행사였기에 보고받은 사항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노희범 변호사는 “재난안전법 시행령엔 주최자가 있는 축제와 모임이라면 지자체 등에 신고해 적절한 안전관리대책을 돕도록 한다. 주최자 없는 축제 등을 안전관리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주최자가 없기에 안전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어 국가가 더 대비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이상민 장관 측 이진만 변호사는 “주최자나 관리자가 없는 경우 자발적으로 밀집한 군중을 통제할, 재난안전법상 자발적 운집할 자유를 제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김 본부장도 “주최자 있는 행사에 대해서만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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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이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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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엔 청구인 측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이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변론을 앞두고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민을 탄핵하라”를 외치기도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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