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8시간 추적 끝에 검거됐다. 경찰은 범행 직전 데이트폭력 신고가 접수돼 해당 남성을 임의동행해 조사했지만 이후 귀가 시켰고, 남성은 귀가 한 시간여만에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금천경찰서는 26일 서울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A(47)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뒤 도망한 용의자 김모(33)씨를 경기도 파주시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김씨와 A씨는 혼인신고 없이 동거하던 연인관계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 서로 다툼이 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지만,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자세히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실제 금천서는 범행 얼마 전인 이날 오전 5시 37쯤 김씨가 A씨에게 데이트폭력을 가했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김씨를 인근 지구대로 임의동행해 조사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오전 6시쯤 일단 귀가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후 신고에 격분한 김씨가 피해자가 지구대를 나서길 기다렸다 곧장 살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트폭력 신고의 경우 팔을 잡아 당기는 등의 폭력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 이후 위험성 판단을 진행하고 안전 관련한 설명 등을 했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폭력의 경우 접근금지 조처 등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있지만 데이트폭력의 경우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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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서가 다시 김씨 관련 신고를 접수한 건 이날 오전 10시 41분쯤이었다. 시흥동 소재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인 이날 오전 7시 17분쯤 이곳에서 A씨를 상대로 범행하고 차에 태워 현장을 떠난 장면이 담겼다. 범행 당시 현장에는 최소 2명의 목격자가 있었지만, 이 때는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들이 흉기로 습격하는 상황 자체를 본 건 아니고, 피해자가 쓰러진 상태에서 끌고가는 모습을 봤을 수는 있다. 다만 차량 뒤쪽으로 끌고 간 뒤에 봐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범행이 발생한지 3시간 24분이 흐른 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김씨 및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김씨 차량에 대한 위치 추적에 나섰고, 그가 서울 관악구를 거쳐 경기도 파주시 명학산 인근으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 후 추적했다. 김씨는 또 도주 중에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파주시 모처에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정보를 바탕으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검거 작전을 벌인 경찰은 결국 이날 오후 3시 30분쯤 김씨를 파주시 소재 김씨 지인의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앞선 다툼의 원인과 계획 살인 여부 등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범행 현장에 남은 혈흔량이 많지 않은 점에 비춰 A씨가 살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지만, A씨는 김씨가 도주에 사용한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김민정·이찬규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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