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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보복 범죄 1.4배 늘었는데…데이트폭력은 '접근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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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고 등을 이유로 신고한 이를 찾아가 위해를 가하는 보복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이 벌어진 뒤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처벌 규정 등이 강화됐지만, 정작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보호 정책은 여전히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33)씨의 범행 동기는 보복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경찰에 데이트폭력으로 신고해 오전 6시 11분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김씨는, 조사가 끝난지 한 시간 가량 뒤인 7시 17분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고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28일 보복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1월 24일에는 인천 남동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오후 6시 15분쯤 스토킹 혐의로 신고를 당한 50대 남성 A씨가 신고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 28분쯤 전 연인이었던 피해 여성을 찾아가 흉기로 수 차례 찔렀다. 이날 신고는 피해자의 7번째 신고였다. 피해 여성은 앞서서도 6차례에 걸쳐 스토킹 혐의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매번 A씨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7번째 112신고 이후 벌어진 보복 범죄로 피해자는 중태에 빠졌다.

보복범죄는 고소·고발을 비롯해 수사 단서 제공·진술 등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를 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은 2018년 268건, 2019년 294건, 2020년 298건에 이르다가 2021년 434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 등 수사당국에서는 제도의 허점 때문에 분리조치 등을 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6일 벌어진 시흥동 살인사건과 관련, 경찰은 브리핑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매뉴얼에 따라 최선의 대응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데이트폭력은 접근금지 등 조치를 할 수간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김씨의 경우도 스토킹으로 규정하기 위한 반복적 위협이 없었고, 동거를 했음에도 혼인 의사가 없다는 점 등이 단순 데이트폭력으로 판단된 근거였다. 인천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 때문에 경찰이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당역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9월 14일 이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5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의 보호 대상에 피해자의 직계 및 동거 가족 등을 포함하여 접근 금지하도록 함”(박영순의원 등 12인), “스토킹행위의 유형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행위 추가.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정부) 등 보복범죄를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이 포함됐지만, 소위원회에 회부되고 나서 석달째 막혀있다. 지난 22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온라인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정보를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법원행정처의 의견이 난립하면서 법안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범죄 유형에 따라 보호조치를 결정하기보다는 보복범죄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일관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복범죄가 반드시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복범죄의 경우 우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긴급 조치는 스토킹 처벌법으로 가능하지만, 완전한 보호를 위해서는 특신법(특정범죄신고자등보호법)에 범죄 유형을 포괄적으로 포함시켜 피해자 신변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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