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비상구 온몸으로 막고, 승객과 범인 저지” 여론 반전시킨 승무원 빛난 대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26일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기에 탑승한 30대 남성 이모 씨가 대구공항 상공에서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가운데 승무원이 비상문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사진이 확보됐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공항을 떠나 대구공항으로 향한 아시아나 항공기가 한 승객의 돌발행동으로 비상구 출입문을 연 채 착륙한 사고 당시 한 승무원이 온몸으로 출입문 앞을 막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사건 초 승무원의 대처를 비판하는 승객 인터뷰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착륙 직후에도 탈출을 시도한 범인을 승객과 승무원이 저지하는 등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들의 침착한 대처가 더 큰 사고를 막아낸 것이다.

29일 아시아나항공과 대구공항 측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 착륙 이후 마스크를 착용한 승무원이 양팔을 벌려 비상구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모습은 익명의 제보자가 사진으로 남겼고, 해당 사진이 촬영된 시점은 항공기가 완전히 정지한 이후라고 한다. 사진 속 승무원은 항공기가 활주로에 내린 이후부터 정지하는 사이에 출입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문을 연 남성이 착륙 후에도 계속해서 탈출하려고 하자 승무원들과 탑승객들이 저지했다”며 “이후에 한 승무원이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남성은 항공기가 착륙한 직후 안전벨트를 풀고 비상구로 뛰쳐나가려 하는 등 돌발 행동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여성 승무원들은 남성 승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비상문으로 뛰어내리려 하는 범인을 함께 제압했다. 문이 열린 뒤 승무원과 남성 승객 3명, 복도에 대기하던 2명 등 총 10명이 이씨를 제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옆좌석에 앉았던 범인을 승무원과 함께 제압했던 승객 이윤준(48)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인이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자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바로 옆에 있던 이씨가 왼팔을 뻗쳐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다고 전했다. 수초간 씨름하는데 승무원 서너명과 승객들도 도우러 왔다고 한다. 그는 “특히 저한테 계속 눈으로 (도움 요청) 사인을 주신 승무원분은 끝까지 침착하게 행동하셨다”며 “착륙 과정에 범인을 진압하던 사람들이 튀어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안전하게 잘했다”고 했다.

이런 정황이 공개되면서 사고 초반 승무원의 대처를 지적한 승객의 인터뷰를 여과 없이 내보낸 대구MBC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남성 승객은 당시 인터뷰에서 “(승무원의) 조치가 없었다. 나는 ‘비상문 안 닫으면 착륙이 어렵겠구나. 나라도 가서 닫아야 하나’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다”며 “그때 승무원 얼굴을 봤는데 완전히 겁에 질려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냥 자포자기 상태”라고 언급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뷰 하신 분의 인터뷰 내용도 부적절하고 팩트 체크 없이 이를 방송으로 내보내는 방송국도 부적절해보인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

대구공항 착륙 중 항공기 비상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긴급체포된 30대 남성 이모 씨가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착륙 중인 항공기 비상구 출입문을 연 남성 이모(33) 씨는 착륙 직후 경찰에 긴급체포됐다가 지난 28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항공보안법 23조에 따르면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한 승객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 씨는 지난 26일 오후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상공 약 213m에서 비상구 출입문을 연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에 “최근 실직 후에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며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의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로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문 개방 사고가 난 기종 ‘A321-200′ 14대 전체에 대해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지난 28일 0시부터 전면 중단했다. 승객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1차 치료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착륙 후 호흡 곤란으로 병원으로 옮겨진 승객 외에도 부상자가 있다면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트라우마 등 사후 피해에 대한 온‧오프라인 접수도 받고 있다. 당시 탑승한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사고 당일부터 근무에서 제외하고 정서 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