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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친명 아니면 나가라” ‘개딸’ 전횡에 이재명 ‘국민 왕따’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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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명 편에 서냐’ 청년 줄 세우기…청년 지지율↓

친명 인사도 불편한 말 한마디, 바로 ‘비난’ 쇄도

입맛 맞는 언론만 우리 편…뉴스타파 비판 보도에 “우호→왜곡 매체” 

“이재명, 더 강한 ‘당내 분열 금지’ 메시지 내야”

쿠키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농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수박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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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고 비난하고 선 긋고 싸우면 결국 내가 ‘왕따’”

이 대표가 지난 2월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원존 라이브 방송에서 당내 분열을 경계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말발이 힘을 잃은 것인지 그의 당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친명 아니면 배척하고, 당내 합리적 비판마저 허용하지 않는 강성지지자 일명 ‘개딸(개혁의 딸)’들의 전횡에 중립지대 인사들마저 혀를 내두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보 진영이 분열로 총선 패배는 물론이고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무엇보다 당 단합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지자들은 당의 존립보다는 이 대표 옹호가 우선이다.

이미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에 대해 엄중함을 느끼고 선 긋기에 나섰는데 지지자들은 김 의원이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그를 비호하고 있다. 국민은 잘못이 있다고 하는데 이 대표 지지자들은 청렴하다면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당대회 때부터 ‘친명’임을 밝힌 인사에 대해서도 이러한 잣대는 마찬가지다. 친명 장경태 의원이 본인과 김남국 의원이 관련된 한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글을 올리자 지지자들은 “‘손절’ 치는 것이냐” “도와줄 생각 없으면 조용히 하라” 등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강성 지지자들은 당내 합리적인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 인사들의 연이은 논란으로 당이 국민 신뢰를 잃기 직전으로 가자 고심 끝에 있던 청년 정치인들이 이를 꼬집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비명계와 손잡으려고 하는 것이냐” “친명인지 비명인지 확실히 정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간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을 비롯한 다수 청년 정치인들이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면서 힘을 보태왔는데 단 한 번 당을 위한 쓴소리를 내놓자 ‘우리 편이 아니냐’면서 꾸짖는 모양새다.

당 차원의 압박 정황도 추정된다. JTBC는 지난 29일 당대표 비서실 한 인사가 양소영 위원장과 만나 “당원 수 만명이 (징계 청원에) 동의한 만큼 책임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으나 해당 기사는 현재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청년 정치인인 양 위원장을 향한 개딸들의 공세 때문인지 지난 12일 기자회견 이후 나온 정당 지지도에서는 2030세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빠졌다. 리얼미터가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4명을 대상으로 각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20대(18세~29세)는 12.9%p(47.9%→35.0%) 30대는 8.5%p(47.8%→39.3%)의 지지율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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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리얼미터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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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해서도 태도도 마찬가지로 편파적이다. 이 대표를 비호하는 매체는 좋은 매체, 객관적이지만 이 대표에게 불편할 수 있는 보도는 악의적인 보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써왔던 뉴스타파가 지난 27일 한국 정치의 팬덤정치의 실체를 조명하는 기사를 쓰자 지지자들은 자신들을 향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해당 매체를 왜곡 매체라고 매도했다. 이들은 “수박물이 들었다” “구독취소하겠다” 등등 온갖 구호를 통해 언론마저 재단하려는 행태를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대표의 안일한 태도다. 표면적으로는 강성 지지자들의 과격한 행동들을 자중시키려는 모습이나 일련의 상황을 용인하면서 이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청년 정치인 양 위원장에 대한 개딸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이 대표는 지난 25일 SNS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공격을 멈춰주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공격은 끊이질 않았는데 이는 이 대표의 메시지가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고 지지자들이 인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압승으로 당권을 잡은 이후 입으로 ‘통합’을 외쳤지만, 철저하게 친명 챙기기에만 나섰다.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개딸의 공세는 사실상 방조했다. 올해 초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올 시기가 되자 뒤늦게 비명계 인사를 중용했다. 뒤늦게 나온 통합 행보는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본심이 아닐 것이란 자체적인 해석의 여지를 줬을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30일 쿠키뉴스에 “최근 불거진 당내 분열 및 강성지지자의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태도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초반부터 단호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딸의 비명계 공격이) 자신한테 이익이 되니깐 써먹고 가만히 놔뒀다가 문제가 커지니 말리는 척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그런 모습에 지지자들은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서 하는 얘기일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싶다. 이 대표가 지금보다 더 강도 높게 지지자들을 말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 자체가 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해당 의원은 “총선이 불과 1년도 안 남았는데 국민 다수가 민주당의 자정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를 걱정하고 있다”며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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