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 ‘돈조반니’
옛 작품에 현대적 요소 가미하고
배경 21세기 아시아 항구로 각색
서울오페라앙상블이 2일 공연한 ‘돈조반니’ 1막. 체를리나를 유혹하려다 사람들에게 발견된 돈 조반니(바리톤 장철·가운데 선 남성)가 하인 레포렐로(바리톤 장성일·가운데 꿇어앉아 있는 남성)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사무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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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라면 먹으면서 넷플릭스 보고 싶어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에서 2일 저녁 웃음이 터졌다. 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인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모차르트 ‘돈조반니’ 첫날 공연.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다른 남자와의 결혼식이 예정된 신부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대사였다. 주인이 건드린 여성의 목록을 하인 레포렐로가 읊어대는 ‘카탈로그의 노래’는 태블릿 컴퓨터를 들고 프로필 사진을 넘기는 장면으로 각색됐다.
17∼19세기에 나온 오페라에 현대 배경의 옷을 입히는 일은 오페라의 고향인 유럽에선 새롭지 않다. 관객에게 흡인력을 가질지는 원작의 음악 및 설정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가, 혹은 서로 겉도는가에 있다.
‘돈조반니’가 그리는 성적 방종과 징벌은 시대를 초월하는 주제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30년 가까이 소극장 오페라와 대형 무대를 통해 오페라 배경의 현지화에 관심을 쏟아 왔고, 21세기 아시아의 항구를 배경으로 설정한 이날 무대는 호소력 있었다. 번쩍이는 현대의 파티장에서 고전 시대의 춤곡이 울리는 장면은 오히려 적절한 정도의 ‘낯설게 하기’ 효과로 몰입에 부담감이 없었다.
이 오페라는 돈 조반니와 하인 레포렐로가 같은 음역의 바리톤으로 ‘티키타카’를 이룬다. 2일 공연에서 돈 조반니 역의 장철은 테너가 연상되는 밝은 공명점과 유혹 장면들의 섬세한 질감을 이용해 전형적인 바리톤 음색의 레포렐로 장성일과 좋은 대비를 이뤘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올해 참가작 중 5월 19∼21일 공연된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는 주인공 비올레타를 나타내는 동백의 상징성이 성공적으로 표현된 무대였다. 무대 가운데 설치된 동백꽃 장식은 차례로 색을 바꾸며 무대 뒤 배경화면의 변화와 함께 주인공의 설렘과 비탄을 호소력 있게 보여주었다. 5월 26∼28일 공연된 라벨라오페라단의 ‘로베르토 데브뢰’는 낯선 레퍼토리에 대한 정통적인 접근으로 환호를 이끈 무대였다. 엘리자베타 역 박연주와 손가슬의 투과력 있는 음색과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다. 어린이 오페라로 마련된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와 ‘빨간 모자와 늑대’도 어린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요령 있는 무대장치와 객석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연극적 장치로 가족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올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첫 지역 오페라단 참가작으로 9∼11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리는 대전오페라단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 22∼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로 이어진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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