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홍 기자 |
2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 1019조8000억원에서 3개월 새 13조9000억원이 불었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경기 부진에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가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빚 돌려막기’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올해 들어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상승세도 가파르다는 점이다. 1분기 연체율은 1%로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0.76%)보다 높은 데다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0.12%포인트)나 3분기(0.06%포인트)에 비해 연체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연체액도 1분기 6조3000억원으로,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1년 만에 최대였다. 연체액 증가율은 53.7%로 지난해 4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저소득(소득 하위 30%)·중소득(소득 30~70%)층 연체율이 각각 1.6%, 1.8%로 전체 평균(1%)을 크게 웃돌았다. 저소득(123조원)·고소득(723조6000억원) 자영업자의 1분기 대출 잔액도 각 역대 최대다.
차준홍 기자 |
비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 쓴 탓이다. 1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37%, 2.52%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에 비해 은행이 0.11%포인트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은 0.92%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5.17%)은 2017년 2분기(5.57%)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2021년 8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리면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빚 부담을 견디기 힘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 중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이 커지는 점도 위험 신호다. 자금난에 빠져 ‘빚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1분기 대출 잔액은 737조5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2.4%(17조2000억원) 늘었고, 이들이 전체 자영업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1.3%로 역대 최대였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으로,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1인당 평균 연이자가 74만원 느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권에선 오는 9월이면 코로나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만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위험률(5영업일 이상 연체 및 세금체납자 대출 비율)이 3.1%까지 상승할 수 있고, 이중 취약차주(저소득 혹은 저신용 다중채무자)의 연체위험률은 18.5%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이용금액과 차주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자금 여력, 업황 개선, 저금리 대환대출을 이용한 상환 완료, 금융권 자체 채무 조정, 새출발기금 등으로 순조롭게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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