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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초등교사 80% 모인 이곳…"가장 큰 문제는 '아동 기분상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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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광수 인디스쿨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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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 이후 교사들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이다. 교사들은 이곳에서 “나도 당했다”며 교권 침해 경험을 쏟아냈고 지난달 22일, 29일 두 차례 대규모 추모 집회 계획도 공유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디스쿨은 전국 초등교사의 약 79%인 14만3498명이 가입돼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현장 교사 의견을 듣겠다며 지난달 26일 인디스쿨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을 찾았다.

교권 침해 이슈를 이끌어오고 있는 인디스쿨의 김광수(45) 대표교사를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익명으로 활동하는)단체 특성상 드러내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을 위해 우리가 인디스쿨을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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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인디스쿨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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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인디스쿨은 어떤 곳인가?

A : “2000년 선생님들끼리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자고 해서 시작됐다. ‘인디’는 ‘독립적인(Independent·인디펜던트)’에서 따왔다. 정부나 기업에 기대지 않고 오직 교사들의 공간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자비로 운영하다가 지금은 규모가 커져 5000여명의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운영진 14명은 모두 교사다. 서버 운영부터 관리도 교사들이 한다. 커뮤니티에서는 모두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나는 어리바리하다고 ‘버리쌤’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Q :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이슈를 주도했다.

A : “이번 사건 이후로 폭발적으로 커뮤니티 이용량이 늘어서 갑작스럽게 서버를 늘려야 했다. 동시 접속자 수는 5000여명 정도로 학기 중보다 글이 많이 올라온다.”

Q : 이번 사건에 교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A : “나도 20년 차 초등교사인데, 모두가 서이초 교사와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소·고발까지 갔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나도 문신을 한 학부모가 찾아와 위협한 적이 있었다. 법보다 몸으로 먼저 해결하는 분들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낼뻔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학교에 함께 해결해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 혼자서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나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Q : 교권 침해 문제, 원인은 뭔가.

A : “언제부터 잘못되었냐고 접근하기는 어렵다. 학부모 민원을 받다 보면 교사의 약한 부분을 악용하려는 분들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사들이 대처할 수 없다는 걸 알고있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의 돌발 행동을 제지해야 하는데, 교사가 그로 인해 잘못될 수 있다면 할 수가 없다. 의사가 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죽을 수 있는데, 그때마다 소송이 걸린다면 누가 수술을 하겠나. 우리는 그렇게 교육을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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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 화면. 김광수 대표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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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교직을 떠나려는 교사들도 많다는데.

A : “인디스쿨에는 교직을 탈출한 뒤 어떻게 돈을 버느냐에 대한 고민과 '이직 꿀팁'이 엄청 많이 올라온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제대로 된 교사가 오기도 어려워졌다. 좋은 직장에 갈 수 있으면서도 교직을 택한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바꾸지 않으면 교육이란게 가능할까 싶다. 인디스쿨 운영진은 저를 빼면 20~30대 젊은 교사들이다. 그들도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겪는 거였어. 어떻게든 바꿔보자’라는 분위기가 생겼다.”

Q : 해결책은.

A : “1순위는 아동학대법 개정이다. 교사들끼리는 ‘기분상해죄’라고 하는데, 학부모가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면 대책이 없는 만능 키다. 또 교사와 학부모의 대면이 중립적 기관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민원이나 위협적인 상황을 중간에서 처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이것부터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여러가지 대책을 나열하다보면 화력이 분산되고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어서다. 근본적으로는 내 아이가 중요하다면 다른 아이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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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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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소송으로 직위해제된 교사를 전수조사한다는 대책도 나오는데.

A : “우선 직위해제됐다가 나중에 무죄나 혐의없음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교사를 미리 죄인으로 씌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 과정에서 진이 빠져서 안타깝게 퇴직을 하거나 이직을 하는 교사가 많고, 이게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을 겪고 집회도 하면서 다행히 교사들은 희망적인 분위기를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었구나’ 깨닫게 된 것 같다.”

Q : 기존 교원단체나 노조가 아닌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A : “교사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하더라. 교육콘텐트 공유 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이나 고민도 나누는 공간이다. 오죽하면 '너무 중독돼서 끊어야겠다'는 교사들도 있다. 그런 점이 이번 사태에서 교사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기존 단체나 노조는 집단의 입장이란게 있지 않나. 인디스쿨은 누군가가 우리를 대표하지 않고, 모두가 의견을 내고 함께하는 광장이다. 운영진은 드러내지 않고 보조 역할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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