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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건강한 가족] “한의학·서양의학, 환자 우선하는 마음 같아…침 치료로 통합의학 발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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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자생국제학술대회 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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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학은 이제 현대의학의 주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각종 부작용과 마약성 진통제, 무분별한 수술을 덜어내고자 하는 현대의학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중에서도 한의학과 침 치료는 통합의학의 중심에 있다. 미국 내과학회가 ‘요통치료 가이드라인’(2017년 개정)에서 침 치료와 같은 비침습적 치료를 우선할 것을 권고하는가 하면,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2020년 만성 요통 환자의 침 치료를 보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메이요클리닉·존스홉킨스병원 등 미국 60여 의료기관이 침 치료를 비롯한 통합의학적 치료를 위한 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자생한방병원이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함께 ‘통합의학적 관점’을 주제로 개최한 ‘2023 자생국제학술대회’의 대표 연자 4명을 만나 세계가 주목하는 ‘침 치료’를 조명해 봤다.

■ 동작침법, 근골격계 질환에 큰 도움

학술 교류로 통합의학 시너지 내길

중앙일보

신준식 한의학 박사(자생한방병원 설립자)




Q :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신준식 한의학 박사(이하 신) 기조 강연에서 근골격계 질환의 한의학적 치료에 활용하는 수기 치료인 ‘추나요법’과 침 치료인 ‘동작침법’을 동시에 소개했다. 전인적인 관점에서 인체를 보는 한의학이 상호 학술 교류를 통해 통합의학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한의학은 전통 의학에 기반해 오랫동안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를 집약하고 R&D(연구개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자생한방병원은 실험, 임상 및 정책 연구 등 과학화 노력을 끊임없이 진행해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같이 과학적인 근거를 지닌 의학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학술대회가 인류의 건강 증진으로 이어지고 세계 의학 발전을 위한 논의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교류는 의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환자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마음에 청중들도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 동작침법 같은 침 치료에도 청중의 관심이 뜨거웠다.

A : 동작침법은 침을 혈자리에 놓은 상태에서 한의사 주도하에 환자의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응급침법이다. 척추 및 관절의 가동 범위 개선과 통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동작침법의 급성 요통 치료 효과가 진통제보다 5배 좋다는 결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논문이 통증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PAIN’에 실렸고, 동작침법을 한의 통합치료와 병행할 경우 목 통증을 단기간에 완화하고 가동 범위를 개선한다는 결과가 최근 SCI(E)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되는 등 동작침법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침 치료는 수기 치료와 함께 통합의학 범주에서 가장 활발하고 대중적으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특히 정적인 치료법으로만 인식되던 침 치료에 동작침법과 같은 움직임이 더해져 더욱 좋은 치료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 잔병치레 많은 임신부에게도 안전

현대의학이 풀지 못한 문제 풀어내

중앙일보

데이비드 코긴카 국제학술지 ‘침술의학’ 편집장




Q : 통합의학에서 침 치료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크 커밍스 영국의학침술학회장(이하 커밍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캐나다·호주 등 의료계는 마약성 진통제와 싸움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17년 약 11만5000명이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했으며, 2019년에는 약 2억7500만 명이 마약성 진통제를 접해본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만성 통증 개선에 큰 효과를 보이는 침 치료는 마약성 진통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만성 통증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건강 문제 중 하나다. 의료비 증가, 개인 생산성 저하 등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침 치료는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침 치료가 만성 요통 환자의 뇌 구조를 변화시켜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침 치료는 만성 통증의 원인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통증으로 인해 동반되는 우울, 불안, 불면 등 증상들도 함께 관리할 수 있다. 통합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의 통증에는 질환, 스트레스 등 각종 사회·개인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문제들을 한꺼번에 치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만큼 서로 달랐던 의학들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는 통합의학의 필요성에 전 세계 의학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약물 사용에 민감한 스포츠 선수들

인대·근육 파열 땐 침 치료 애용해

중앙일보

끼엔 찐 캐나다 스포츠·운동의학 아카데미 연구위원장




Q : 활동 많은 운동선수에게도 침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들었다.

A : 끼엔 찐 캐나다 스포츠·운동의학 아카데미 연구위원장(이하 찐) 침 치료는 급성으로 발생하는 각종 부상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법이다. 스포츠 선수들도 부상 회복을 위해 침 치료를 애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수들의 경우 격한 동작이 많고 순간적으로 몸에 힘을 많이 주기 때문에 타박, 근육 당김 등 급성 근골격계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 이때 침 치료는 부상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인대를 다치거나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됐을 때도 침 치료를 통해 신경을 회복하고 혈류량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부상 직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후유증을 겪게 되고 증상이 만성으로 발전할 위험성도 커진다. 이런 경우에도 침 치료는 척추나 관절의 운동 범위 개선 및 통증 감소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신속함과 정밀한 움직임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약물 사용에 민감한 선수들은 실제로 즉각적인 통증 경감에 도움을 주는 침 치료를 대단히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다.

Q :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침 치료에 대한 관점 차이가 궁금하다.

A : 서양의학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근거가 발견되면 그 근거가 기존 개념을 대체해 왔다. 이는 서양과 동양의 전통 침 치료가 차이를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서양의학의 침 치료는 동양의학의 침 치료라는 기반 위에 세워졌지만 전통 원리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객관적인 실험과 검증을 토대로 지속해서 개량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정 부위에 이뤄지는 침 치료가 신경계에 어떠한 자극을 주고 어떠한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하게끔 하는지, 통증과 혈류를 어떻게 개선하는지에 대해 MRI·CT 등 영상 검진을 통해 객관적인 결과들을 쌓아가고 있다. 이를 공유함으로써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과학적인 근거들을 축적함으로써 환자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Q : 침 치료 측면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통합의학으로서 발전 가능성은.

A : 커밍스 현대 한의학의 침 치료는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과학적인 관점에서 그 효과와 기전을 검증해 나가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룬다는 점에서 서양의학의 침 치료 연구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통합의학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예가 앞서 소개된 동작침법이다. 기존 전통적 의미의 경혈뿐 아니라 환자의 증상에 따른 압통점을 찾아 침 치료를 진행하고 그 상태로 환자의 능동적·수동적인 움직임을 추가함으로써 운동 효과의 결합을 통해 통증을 효과적으로 경감한다. 연구를 통해 효과가 더 좋은 치료법을 적용한 발전된 형태의 침 치료인 것이다. 이는 서양의학에서의 침 치료 접근법 및 연구 방향과 일맥상통함을 보인다. 결국 이러한 관점에서의 교류가 인간의 만성 통증을 해결할 수 있는 통합의학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 침 치료, 만성 통증 개선에 효과적

마약성 진통제 대안으로 서구 주목

중앙일보

마이크 커밍스 영국의학침술학회장




Q : 통합의학으로서 침 치료의 또 다른 강점은 무엇인가.

A : 데이비드 코긴카 국제학술지 ‘침술의학’ 편집장(이하 코긴카) 바로 ‘안전성’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임신 중 치료다. 임신을 하면 신체의 다양한 변화로 잔병치레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신부는 약물이 태아에게 해를 줄 수 있다는 걱정에 진통제 등의 약물 사용을 꺼리게 된다. 특히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 문제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며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임신 중 침 치료의 이상 반응으로는 대개 침 맞은 자리에 살짝 피가 나거나 멍드는 등 가벼운 일시적 증상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상당히 안전한 의학 치료로 평가된다. 2015년에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직접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침 치료는 안전성 측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침 치료군이 대조군보다 진통이나 유산, 조기 양막파수 등의 위험이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기존의 현대의학이 풀지 못한 문제의 실마리를 한의학에서 찾은 기분이었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 의료진과 함께 진행됐으면 한다.

Q :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다.

A : 코긴카 해당 연구 논문들을 관심을 갖고 읽었다.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침 치료를 받은 임신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의 분만 결과에서 모두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임신 중 침 치료가 위험하다는 낭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낮은 출산율 문제를 겪고 있으며 임신부들이 겪는 각종 질환 치료에 있어 현대의학 체계는 확실히 단점을 갖고 있다. 침 치료는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통합의학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Q : 통합의학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 한의사로서 한의학적 관점에서 말하지만 환자의 관점에서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 환자의 건강 회복만을 목표로 진정한 통합의학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전통에 기반한 현대 한의학의 우수성을 현대의학에 접목해 통합의학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지속해서 경주할 것이다. 해외 의료기관 및 협회, 학회들과의 R&D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해외 의료진들이 침 치료를 비롯한 한의학을 임상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 평생의학교육인증원(ACCME) 인증 기관으로서 해외 의료진 보수교육 제공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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