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고령화 대비”…노동계 ‘정년 연장’ 강공 나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동계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정년 연장’ 카드를 전면에 꺼내 들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법정 정년 연장’ 이슈에 불을 댕겼다.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 차지) 진입을 앞두고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해 노인들의 소득 공백을 해결하자는 취지인데, 임금 체계 개편 연동 여부를 놓고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정년 연장 카드를 먼저 꺼내 든 건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 노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정년 연장(66.9%)을 올해 교섭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의제로 꼽았다.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아와 포스코, 범현대가인 HD현대그룹 계열사 노동조합도 정년 연장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여기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 16일부터 단계적 정년 연장에 대한 국민청원을 시작하면서 화력을 더했다.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법정 정년을 맞추기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올해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인데 2033년이 되면 그 기준이 65세로 올라간다. 한국노총은 정년 퇴임 후 국민연금 수급까지 3~5년이란 간극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퇴직을 늦춰 적정한 소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는 최선의 고령자 고용대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청원은 다음 달 15일까지 진행되며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노동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즉각 우려를 표했다. 경사노위는 “단순히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 또 기업은 임금의 연공제적 성격이 강하고 해고 제한 등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세종 경사노위 대변인은 “고령화로 인해 장년층이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계속고용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며 “노사정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경사노위의 지적처럼 정년 연장 이슈에서 가장 큰 허들은 되는 건 세대 간 갈등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에도 ‘65세 정년 연장’을 추진했지만, 청년 구직난 우려가 제기되면서 무산됐다.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원 수가 10~999인 규모의 사업체에서 정년을 연장한 고령자가 1명 늘어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고, 고령층(55~60세) 고용은 0.6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전문가는 정년 연장 시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청년 일자리를 앗아가게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 기성세대가 책임감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라며 “과거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때는 임금체계 개편을 노력 조항으로만 넣어서 문제가 많았다. 이번에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요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과거 정년 연장을 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부문에서 부작용이 크다고 반박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임금만 깎였다는 반응이 많다”며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년 연장이 필요한 장년층 일자리와 신입으로 들어가는 청년층 일자리는 서로 대체될 수 없다”라며 “세대 간 갈등을 언급하는 건 정년 연장을 막기 위해 청년을 방패막이 세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