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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밤 되면 사라진다…보온병도 의심 받는 '이재명표 단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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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단식투쟁천막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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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갑작스레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이 대표가 3일로 단식 4일째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는 낮에는 국회 본청 앞 천막 농성장에 있지만, 밤에는 농성장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통상 “목숨을 건다”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단식은 저항의 가장 강한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표 단식은 기존 단식과 형식과 내용면에서 차이점이 많아 “웰빙 단식”(국민의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①천막반, 대표실반

이 대표 농성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나머지 12시간 동안 그는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대표가 밖에서 자면 당직자도 천막을 쳐야 하고, 국회 경호관들도 밤샘 근무를 해야 한다”(민주당 관계자)는 이유다.

이같은 야당 지도자의 단식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을 주장하며 단식을 벌인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시간 내내 국회 본청 앞에 머물렀다. 그는 단식 3일차에 30대 괴한에게 턱을 가격당한 뒤에도, 8일차에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된 뒤에도 재차 농성장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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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던 2018년 5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의료진의 검진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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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걸고 단식을 벌였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불을 깔고 단식 농성을 벌였다. 2019년 11월 ‘공수처법 철회’를 주장하며 단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청와대 앞과 국회 본청 밖을 오갔지만, 야외에 있었다.

이같은 '반반단식'을 두고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회 본관 내 모처에서 취침한다는 이 대표에게 초밥이 배달될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②보온병과 소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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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소금을 먹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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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 있는 보온병 등도 논란거리다. 이 대표는 이날도 농성장 안에서 책상 위에 놓인 식품 용기를 집어 들고 뭔가를 연신 털어 입에 넣거나, 보온병에 든 액체를 유리잔에 따라 여러차례 마셨다. SNS에선 “텀블러에 사골국물 같은 게 든 거냐” “건강관리 하면서 단식하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보온병엔 온수, 식품 용기엔 소금이 들어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실제 식품 용기엔 ‘와인 소금’이라는 라벨이 붙어있었고, 그 옆 봉지엔 '마늘 소금'이라는 적힌 봉투도 있었다. 이 대표가 책상 위에 올려두고 연신 털어먹은 건 '갈릭 소금’이라는 한 생활협동조합 제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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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농성 천막에 두고 먹는 물과 소금 바구니. 물병과 보온병을 제외하고 왼쪽에서부터 갈릭소금, 와인소금, 마늘소금.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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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온수는 단식 농성의 단골 메뉴다. 신체의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은 5년 전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 농성 때 온열 매트와 핫팩, 보온병을 쓰자 “노숙이 아니라 글램핑”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이런 시비에 “내가 아무것도 안 먹고 빨리 죽어버리길 바라는 거냐”고 말했다.

③장외집회 병행

이 대표는 단식하면서도 당무를 보고 있으며, 외부 집회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그는 전날(2일) 오후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 나섰고, 3일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명백한 국제법 위반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런던협약·의정서 가입국 88개국에 친서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4일엔 국회에서 열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무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겠다는 이 대표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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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시 50분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농성 천막에 박찬대 최고위원(왼쪽부터), 이수진(비례) 의원, 김병주 의원 등이 앉아있다. 이 대표는 이날 1시 40분부터 2시 40분까지 천막을 비워두고 국회 본청에 머물렀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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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여권은 “단식만 했다가는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하니 일부러 일정을 소화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한다. 실제로 검찰은 4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하려 했으나, 이 대표 측은 “오후에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회의가 있다”는 이유로 오전 2시간만 조사받겠다고 버텼다.

이 대표의 특이한 단식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단식의 진짜 목적은 동정론과 체포동의안 부결”(장동혁 원내대변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식 자체가 아날로그 방식의 투쟁 수단이라 진지하게 임해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쉽지 않다"며 "그런데 이 대표는 할 거 다하고, 쉴 거 다 쉬면서 단식하겠다니 어떤 국민이 진정성있게 받아들이겠나”라고 지적했다.

정용환·전민구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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