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식에 애플 주가가 이틀간 6.4% 하락했다.
애플은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이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비롯해 외국 브랜드의 전자기기를 업무용으로나 사무실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월스트리트 저널(WSJ) 보도로 3.6% 하락했다.
뒤이어 7일에는 블룸버그가 중국이 아이폰 사용 금지 대상을 중앙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 기관과 국영기업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해 애플 주가는 2.9% 추가 하락했다.
애플은 7일 177.56달러로 마감해 지난 7월31일에 기록했던 고점 196.45달러에 비해 9.6% 하락한 상태다.
애플은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애플 주가가 흔들리면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다우존스지수에도 포함돼 있지만 다우존스지수는 30개 편입 기업의 주가를 동일 비중으로 반영한다. 애플도 1/30만큼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우존스지수는 상대적으로 애플 주가에 덜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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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150달러까지 하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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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애플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에 따른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잡아야 할까. 아니면 애플 주가는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까.
기술적 분석으로나 펀더멘털 분석으로나 애플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다만 오는 12일에 공개되는 아이폰15가 변수가 될 수 있다.
22V 리서치의 수석 경영이사로 기술적 애널리스트인 존 로크는 애플의 주가 흐름과 과거 상승 후 조정 패턴을 봤을 때 주가가 15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로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애플은 고점 대비 평균 35%가량 주가 조정을 받았다. 다만 애플 주가가 이번에도 전 고점 대비 3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이 경우 애플 주가는 13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
로크는 애플의 주간 상승 모멘텀이 지난 7월말에 고점을 찍고 약화되면서 완만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150달러까지 조정 가능성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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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만 금지되면 타격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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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어떨까.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대니얼 아이브스는 지난 6일 WSJ의 보도대로 중국에서 아이폰 사용이 금지되는 대상이 중앙정부 공무원들로 한정된다면 타격을 받는 아이폰은 50만대 미만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향후 12개월간 중국에서 판매될 아이폰이 4500만대로 예상된다며 아이폰 금지령으로 줄어들 수 있는 아이폰 판매량 50만대는 중국 전체 판매량의 1.1%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브스는 "요란한 소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폭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8개월간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정점유율은 3%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이브스는 애플에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과 목표주가 230달러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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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령 확대는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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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블룸버그의 보도대로 중국 정부가 아이폰 사용 금지 대상을 중앙정부 공무원에서 산하 기관 직원과 국영기업 직원으로까지 확대하는 경우다. 이 경우 타격을 받는 아이폰이 수백만대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인 아밋 다리야나니는 보고서를 통해 2019년 애플 공시에 따르면 애플이 중국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500만개가 넘는다며 "(중국 공산당이) 중국 내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애플에 타격을 주는 더 큰 폭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애플의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19%에 달하기 때문에 월가가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더 큰 폭의 아이폰 제한 조치는 "중국이 불편하게 느낄 만큼 빠른 속도로 애플이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버코어 ISI의 중국 전략가인 네오 왕은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이 수십만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영기업으로 확대되더라도 아이폰 사용이 금지되는 대상은 전략 기획을 담당하거나 의사 결정권이 있는 최고위층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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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돌풍이 더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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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이폰 금지령의 또 다른 변수는 화웨이다. 이번 아이폰 금지령을 계기로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7일 투자 메모에서 "중국의 아이폰 금지 소식은 화웨이의 새로운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가 출시된 이후 알려졌다"며 "(중국의 아이폰 금지) 시기가 매우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지난 3년간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중국 기업 SMIC가 개발한 7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탑재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는 가격이 960달러부터 시작해 999달러인 아이폰14 프로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메이트 60 프로는 초기 물량이 몇 시간만에 소진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따라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애플에 빼앗겼던 중국 스마트폰 소비자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인 마틴 양은 애플이 화웨이의 새로운 스마트폰 영향으로 2024년 회계연도에 아이폰 판매량 전망치의 1000만대를 잃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화웨이가 애플로부터 연간 1000만대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빼앗는다면 2024년 회계연도에 애플의 주당순이익(EPS)이 11센트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화웨이가 애플로부터 빼앗아오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연간 3000만대로 늘어난다면 줄어드는 EPS도 34센트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2024년 회계연도에 6.46달러의 EPS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현재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7배이다.
PER 27배가 유지되는 가운데 EPS 전망치가 34센트 준다면 애플의 주가는 165달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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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으로 투심 약화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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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과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아이폰 판매량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재무적 손실을 추산했을 뿐 애플에 대한 목표주가는 210달러로 유지했다.
아울러 오는 12일에 발표되는 아이폰15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울 수도 있고 중국의 아이폰 금지 조치가 우려했던 것만큼 엄격한 지침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중국 리스크가 실제 어느 정도일지 불확실한 만큼 애플을 둘러싼 투자심리는 당분간 약세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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