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닷컴버블 이후 세번째
개인투자자 美주식 보관금액 최대
외국인 코스피 보유 비중은 최저
전문가들 "주가 부양 정책 시급"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스피와 코스닥 두 지수 모두 5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증시 역사에 단 세 번 밖에 없는 일이다. 계속된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에 외국인 코스피 보유 비중은 올해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개인은 국내증시에서 돈을 싸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서학개미 열풍에 미국 주식 보관액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채권 보관금액 역시 크게 늘었다.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극심한 온도차이로 나타난 현상들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2일 전 거래일 대비 20.61포인트(0.83%) 오른 2501.24에 마감했다. 같은날 코스닥은 3.66포인트(0.54%) 내린 677.01포인트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월초(2556.15, 743.06)대비 각각 54.91, 66.05포인트 내린 수치다. 두 지수 모두 7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을 유지 중인데, 이는 코스닥이 출범한 이후 2008년 금융위기와 2000년 닷컴버블을 포함해 역대 세 번째다.
2008년 금융위기때는 그해 6월부터 11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을 기록한 바 있고, 2000년 닷컴버블때는 그해 7월부터 12월까지 하락했다. 두 시기 모두 6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전 국민이 어려웠던 IMF 시절에도 1997년과 1998년 각각 4개월 연속 하락이 이어졌을 뿐 이후엔 반등이 나왔다. 현 증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속 하락이 지속되게 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변심하면서 코스피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이익 전망 하향 △달러·원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우려 △미국 금리 상승 △트럼프 2기 정부 리스크 등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특히 8월 이후 외국인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무서울 정도다. 8월 초부터 이달 2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8조736억 원을 팔아치웠다. 계속된 매도에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이달 14일 32.31%까지 빠져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도 32.78%로 3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월 10일 기록한 고점(36.12%) 대비 4% 가까이 빠졌다.
한편, 개인투자자들도 한국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지는 중이다.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의 수익률 격차 점차 벌어지며 투자자들 사이엔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처음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주식·채권) 투자 규모가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 규모를 추월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순대외금융자산은 9월 말 기준 9778억 달러(약 1360조 원)로 전분기 말(8585억 달러) 대비 1194억 달러(약 166조 원) 늘었다. 3분기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올해 들어 매 분기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이 늘었다는 것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투자한 금융자산 평가액이 외국인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를 의미하는 증권투자 계정은 267억 달러 줄어든 9575억 달러로 처음으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9969억 달러)에 역전됐다.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도 역대 최고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1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1037억4900만 달러(145조8192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 7일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연일 최고치를 다시 쓰며 불어나는 모습이다. 올해만 357억2551만 달러(50조2122억 원)가 증가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보관금액 역시 115억9722만 달러(16조2998억 원)로 올해만 73억806만 달러(10조2714억 원) 증가했다.
결국 ‘역대급·최고·최대’ 등 수식어가 국내 증시에 난무하게 된 것은 국내 증시가 ‘트럼프 랠리’에서 소외돼 부진을 이어가자 미국 증시가 분산 투자처가 아닌 국내 증시의 대체재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로 향하는 투자자들의 행렬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선 결국 시장 자체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가 부양을 위해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개정 추진 등을 통해 강도 높은 거버넌스 친화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자본이탈을 완화하고 시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밸류업’의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우호적이지 못한 거시경제 요건으로 치부하기 힘들다. 한국 증시의 기본 체력에 대한 문제를 고민할 때”라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모델 격인 일본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는 앞선 10년간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박상인 기자 (si2020@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