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옛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30대 범인이 인천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직장 상사인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스토킹범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30) 대해 첫 재판을 열었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증거에도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컴퓨터 자료화면까지 준비해 공소사실을 설명하면서 “이번 사건은 A씨가 피해자인 옛 애인 B씨(37)를 스토킹하다가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라며 “6살 어린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B씨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B씨 딸의 심리상태 검증결과도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과 재범 가능성이 있다며 A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

피해자인 B씨 측 변호인은 이날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4만4000여명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탄원서는 B씨의 유족이 “스토킹 신고로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지난 8일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A씨의 범행이 공분을 일으키면서 10일 만인 지난 18일까지 4만4000건이 서명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B씨의 사촌 언니는 A씨를 향해 “내 동생 살려내라”며 울먹였다.

A씨는 지난달 10일 구속기소 된 이후 최근까지 6차례 반성문을 써서 법원에 제출했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3분쯤 인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는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B씨의 비명을 듣고 집 밖으로 나와 범행을 말리던 B씨의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앞서 지난 6월 A씨는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B씨로부터 100m 이내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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