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폰플레이션' 시대②]'폰값', 왜 올랐을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마트폰 단말기 300만원 시대가 온다. 100만원만 넘어도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던 수년 전과 달리, 이젠 200만원을 훌쩍 넘어 300만원을 넘보고 있다. 물론 최고가 기준이지만 고가 단말기 사용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을 고려하면, 국내 가계통신비 인상에 스마트폰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올해 스마트폰 신제품 출고가는 10년 전과 비교해 100% 이상 올랐다. 올해 삼성과 애플이 출시한 최고가 모델인 갤럭시Z폴드5 1TB 모델(246만700원)과 아이폰15 1TB 모델(250만원)은 2013년 갤럭시노트3(106만7000원), 아이폰5S(114만원) 대비 각각 130.6%, 119.3% 인상됐다.
특히 삼성의 경우 폴더블폰을 출시한 2019년부터 단말기 가격이 급상승했다. 1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의 출고가는 239만8000원으로, 직전 연도 최고가였던 갤럭시노트9(135만3000원) 대비 77.2% 인상됐다. 애플은 연평균 약 6.6%(2013~2020년) 가격 인상률을 유지해오다, 2021년 아이폰13부터 1TB 모델이 추가되면서 전작 대비 14.2%나 올랐다.
스마트폰 가격 인상률은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해도 높다. 지난 10년(2013~2023년,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8월 평균치)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은 1.8%인 반면, 같은 기간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평균 가격 상승률은 각각 9.2%, 7.5%에 달했다. 어림잡아도 최소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 가격 인상은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1인 가구 포함) 월 통신비 지출은 12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이 중 통신장비(스마트폰) 비용 증가 폭(6.9%)이 통신서비스(통신요금) 비용 증가 폭(2.6%)보다 2배 이상 많았다.
━
제조사 "원가 인상 고려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
━
다만 제조사들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부품 원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단말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0% 올랐다. 모바일AP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핵심 칩이 한데 모인 SoC(시스템온칩)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같은 기간 HHP(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카메라모듈 가격도 14% 상승했다.
특히 모바일AP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모바일·가전·TV) 부품 매입액 중 가장 큰 비중으로 차지해 가격 인상은 삼성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은 모바일AP를 미국의 퀄컴, 대만의 미디어텍 등에서 공급받는다. 올 상반기만 5조7457억원(전체 매입액 중 17.7%)을 매입했다. 이는 전년(4조4944억원) 동기 대비 27.8%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카메라모듈에는 2조7460억원(8.5%)을 썼다.
모바일AP의 원가 비중은 제품에 따라 10~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폴드4의 모바일AP 단가는 140달러(약 19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승분을 고려하면 갤럭시Z폴드5의 AP 가격은 180달러(약 24만원)대로 추정된다. 아울러 모바일AP와 카메라모듈 가격 인상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향후 2~3년 내 스마트폰 가격은 3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원가 인상 압박이 지속되면 제조사는 신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중국의 아이폰 판매 제한 움직임으로 아이폰15의 가격은 동결했지만, 내년 아이폰16 출고가는 5~10%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원가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삼성과 애플은 지속적으로 출고가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며 "판매량을 끌어 올리려면 가격부터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제조사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