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법원서 실질심사 받아야
구속 땐 총선 앞두고 내부 대혼란
기각돼도 리더십 훼손은 불가피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선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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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 대표는 구속 위기에 몰렸다.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서 풀려났지만 내분과 혼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지도체제 개편 소용돌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 대표의 운명은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대표는 향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아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국회로부터 체포동의 통지서를 송부 받았다. 이후 법원이 일정을 정하게 된다. 이 대표가 단식 중인 상황을 고려해 일정 조율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단식을 언제까지 이어갈지는 변수다.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당 지도 체제도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 대표는 구속된 상태로 앞서 기소된 2건의 재판을 치러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8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고 말한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22일에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대장동 개발 사건 등으로 이 대표를 기소한 바 있다.
이 대표 구속 시 ‘포스트 이재명 체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영장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옥중공천을 불사할 것이고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들은 이 대표 퇴진을 막을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친명도 비명도 아닌 중간의 약 100명의 국회의원이 어느 쪽으로 힘을 실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 체제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무리한 영장 청구를 명분으로 여권과 검찰에 역공을 가할 수 있다.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내 비명계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도부 교체론도 잠잠해질 걸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 리더십에 흉터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전날 병상에서 부결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냈고, 이날 병원을 찾아온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통합적 당 운영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이탈했다. 당 일각에선 두 사람이 일종의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이날 가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리더십 하향 곡선을 드러냈다. 지난 2월 체포동의안 부결 때는 ‘가결 같은 부결’이 나왔고, 이후 지난 4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이재명(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여유 있게 당선됐다. 이날 149명 찬성, 최대 39명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체포동의안 가결까지 리더십이 약화하는 과정을 보여준 셈이다.
이 대표는 구속의 갈림길에 섰지만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은 일부 벗게 됐다. 21대 국회 들어 체포동의안 표결은 총 8번, 이 중 부결은 3번이었는데 모두 민주당 소속 혹은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이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면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여론의 비판이란 부담은 덜게 됐다.
다만 민주당은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표결 전부터 친명계는 부결을 호소했고, 이 대표 지지자들은 가결 의원 리스트를 만들어 공격을 예고했다. 가결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나왔다.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다른 의원은 “원내대표 책임이 아닌 지도부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약속을 파기하고 말을 바꾼 책임을 왜 원내대표에게 지우나”라며 “지도부가 이 사태에 책임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결 직후 친명계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거친 감정을 드러냈다. 전용기 의원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생각보다 더 큰 싸움을 해야할 것 같다”고 적었다. 김병기 의원은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썼다. 정청래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며 “곧 정리해서 수습책을 내겠다”고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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