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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르포]남들 놀러 갈 때 한숨만…식당 열어도, 닫아도 걱정인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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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사장 조모씨(67)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6일의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식당 문을 열 생각이다. 추석에 고향 방문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겨냥해보려한다. 21일 오전 11시30분쯤 점심식사를 위해 손님이 방문할 시간에도 조씨의 가게 안은 텅 비어있었다./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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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추석 연휴가 길잖아요. 추석 안 쇠고 6일 내내 영업하려고요."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의 한 순댓국집. 점심 식사 시간에도 가게는 한산했다. 개강한 대학생들이 식당을 찾으면서 이전에 비해 사정은 나아졌지만 식당 운영은 여전히 부담이다.

이에 사장 조모씨(67)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6일의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식당 문을 열 생각이다. 추석에 고향 방문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겨냥해보려 한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임대료 부담도 있고 식당 운영이 쉽지 않다"며 "추석 때 다른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 그나마 배달 주문이 좀 들어온다. 주문이 많지는 않지만 '틈새시장' 개념"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여행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출에 타격이 있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영업을 할지 휴업을 할지 고민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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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 앞에 추석 연휴 공지문이 붙어있다. 오는 27일과 28일에는 가게 문을 닫고 추석 당일인 29일 오후 12시부터 정상 영업한다는 내용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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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배달 플랫폼 '요기요'가 카카오톡 채널 '요기요 사장님'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자영업자 55.1%가 추석 당일에 쉬겠다고 말했다. 31.8%는 추석 연휴 동안 안 쉬고 계속 영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추석 전날에 쉬겠다는 자영업자는 19.6%, 추석 다음 날(30일)에 문을 닫겠다는 자영업자는 13.1%였다.

이화여대 근처에서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0)는 엿새 간의 연휴 기간 중 나흘간 가게 문을 열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일할 사람(아르바이트생)이 있다 보니 추석 기간 내내 영업했었는데 올해는 아르바이트생도 쉬어야 하니 일할 사람도 없다"며 "대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니 이전보다는 벌이가 나아졌지만 코로나19(COVID-19) 이후로 이쪽 상권이 다 죽었다. 6일 다 문을 닫기엔 아무래도 부담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도 추석 기간 영업 기간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회사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회사 대부분이 쉴 텐데 하필 임시공휴일까지 연달아 있으니 고민"이라며 "배달 없이 홀 주문만 하는 매장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재료비 고민에 연휴 기간 아예 문을 닫겠다는 이들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월평균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 정보에 따르면 전날 배추(상품) 도매가격은 10kg에 1만8420원으로 한 달 전 1만6615원에서 1805원 올랐다. 쌀 20kg 도매가격 역시 5만1140원으로 한 달 전 4만9300원에 비해 1840원 올랐다.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상권에서 김밥을 파는 이모씨(60)는 "매출에서 인건비와 월세, 원재료 값, 전기료, 도시가스비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며 "이전까지는 종합소득세를 냈는데 올해는 남는 것도 없어 종합소득세 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 기간) 가게 문을 열어봤자 손님도 없고 부가 비용만 나가니 이번엔 문을 닫으려 한다"며 "장사가 너무 안돼 최근 가게도 내놨다"고 밝혔다.

연휴가 길면 복귀 후에도 매출에 타격이 있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오피스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해외여행 등으로 추석 연휴 기간 소비를 늘리는 이들이 많다 보니 연휴가 끝나면 지갑 문을 닫아 장사가 더 안된다"며 "축소 영업을 하더라도 최대한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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