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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조총련 행사 윤미향 논란에 '남북교류협력법' 적용이 씁쓸한 이유[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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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한국일보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9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 관련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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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일본에서 열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윤 의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북한 사람을 만날 땐 사전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윤 의원은 사전 신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을 위반했다는 게 통일부의 판단입니다.

'이적단체 행사에 참가했으니 국가보안법 위반이다'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은 갸우뚱해집니다. 법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남북한 주민의 접촉을 규정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2, 1항을 보면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어긴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조총련은 이 법에서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해, 북한 주민으로 간주되는 국외단체'로 간주돼 사전 접촉신고 대상입니다. 통일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달 초 윤 의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해 사실관계를 확인, 최고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입장은 사뭇 다릅니다. 윤 의원은 지난달 13일 통일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접촉에 해당하려면 대상자를 특정해 최소한의 인적사항을 알고 접촉 의사 교환이 됐어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시스템에 따라 사전 신고가 가능하다"며 "그러나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은 누가 참여하는지, 그 사람의 국적과 소속단체가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신고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일부의 북한주민접촉 신고서를 보면 접촉대상자의 인적사항, 접촉목적, 접촉경위, 접촉예정 일시 및 장소, 접촉방법, 접촉경험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즉 행사에 참석하긴 하지만, 행사장에서 어떤 북한 주민을 언제 어떻게 만날지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윤 의원은 아울러 "조총련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 조총련 관계자와 접촉했다고 간주하는 것은 법문의 범위를 넘어선 해석"이라며 "조총련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사후신고 대상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하면 '북한 주민 누구를 만나느냐'를 두고 통일부는 '조총련 행사 참석을 위해 단체 인사와 접촉하지 않을 수 없고, 누가 오는지 모를 리 없다'고 여기고 있고, 윤 의원은 특정인을 만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므로 신고 대상을 지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윤 의원의 편을 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특정 북한 주민을 만날지 알았느냐, 몰랐느냐'라는 논쟁 자체가 지엽적입니다. 이 논란의 쟁점은 남북교류협력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따져보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법의 제1조는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처럼 이적 행위를 감시하기보다는 남북 간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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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남북교류협력법 부당적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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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와 진보 대북단체들이 "해외동포와의 교류를 차단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악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오민애 변호사(민변 통일위원장)는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이 법은 남북의 교류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것인데, 통일부는 취지와 달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영옥 남측위 조직위원장 역시 "6·15 민족공동위 건설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 쪽 위원회와 일본위원회를 만나왔지만 한 번도 법적 처벌이 없었던 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해 온 노력을 정부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난데없이 법적 제재를 들고 나오는 건 민간 교류협력을 무리하게 통제하기 위한 부당한 법 적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닙니다. 올해 들어 통일부가 북한주민 사전접촉신고를 거부한 비율을 월별로 따져보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2월엔 13%, 14%에 그쳤던 거부 비율이 6월 31%로 증가하더니 7월과 8월엔 각각 64%와 80%로 치솟았습니다. 8월 접수된 총 10건의 사전 신고 중 8건을 거부하고 1건만 수리했습니다. 나머지 1건은 처리 중입니다. 이는 지난해 총 110건 중 단 4건만 거부한 것과 180도 바뀐 태도입니다.

법에는 "통일부 장관은 신고를 받은 때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불과 1년 새 사전 접촉 신고 유형이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해치는 방향으로 급변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통일부의 판단 기준이 바뀌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국가안보를 위해 사정기관이 우리 국민의 이적행위를 단속·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입니다. 그래서 윤 의원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는 건 상식선에서 납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부처인 통일부가, 교류·협력 촉진을 위해 만들어진 법을 근거로 민간 교류를 억누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납니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을 다듬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처벌 규정과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길 기대합니다. '대북지원부'라는 질책을 만회하고자, 남북 간 민간 교류를 옥죄는 우를 범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남한 말투를 쓰는 사람을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을 만든 것은 그들의 체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굳이 그들처럼 철벽을 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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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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