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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규정 어기는 개플루언서 지긋지긋”…갑질 논란에 견주 “허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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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반려견 달리 견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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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반려견 인플루언서가 기내에서 반려견을 케이지 밖으로 꺼내는 등 규정에 따르지 않으며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이 인플루언서는 “허위 사실”이라며 반발했다.

11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개플루언서(개+인플루언서)들 때문에 너무 지긋지긋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국내 항공사에 재직 중이라고 표시된 작성자 A씨는 “모두가 알다시피 비행기는 이동 수단 중에 규정이 제일 엄격하다. 비행기 안에서는 무조건 사람이 1순위”라며 “유명 개플루언서가 해외에서 강아지의 수술을 마치고 탔는데 강아지가 난기류 중에 발작하고 기절했다. 응급처치를 위해 주인이 강아지를 꺼내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난기류로 인해 승무원들이 착석 중이라 응급상황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인플루언서가 고비를 넘긴 반려견을 안고 있는 것을 한 승무원이 발견하고 그를 제지했다. A씨는 “인플루언서는 강아지가 응급상황이었다며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반려견은 장애인 보조견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상 케이지에 넣어야 한다”며 “대체 뭐라고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며,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나올 경우 항공사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기내에서는 반드시 반려동물을 케이지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내에 함께 탑승할 수 있는 동물도 개, 새, 고양이로 제한하고 있다. 해당 인플루언서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항공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유의사항은 예약 시 안내되고, 탑승 전 공항 카운터에서도 재차 안내된다. 또 반려견 동반 탑승객은 “기내에서는 다른 손님의 편의를 위해 반드시 운반용기에 넣어 지정된 장소에 보관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반려동물운송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이를 탑승 전 제출하기도 한다.

A씨는 “해당 인플루언서가 우리 항공사를 자주 이용하는데, 장애인 보조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케이지를 열어 밥과 간식을 주고, 강아지를 꺼내놓는 등 전부터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플루언서가 응급상황을 겪은 강아지를 케이지에 넣으라한 것이 너무하다며 승무원과 항공사 욕을 유도하는 글을 썼다”고도 말했다.

◇인플루언서 “응급상황이어서 꺼낸 것…이번 제외하고 규정 어긴 적 없어” 반발

A씨는 이 인플루언서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일본에서 반려견의 수술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한 인플루언서 B씨가 지난 10일 이번 일과 비슷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면서 “B씨가 당사자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1만명을 보유한 포메라니안종 반려견 ‘달리’의 견주인 B씨는 “’낑’하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가방 문을 열고 보니 달리가 이미 의식이 없는 채로 가방 속에 코를 박고 늘어져 있었다”며 “달리를 꺼내 흔들어깨우고 마구 주물렀더니 다행히 의식이 돌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때 승무원 분이 오셔서 빨리 가방 속에 넣으라고 주의를 주시더라”고 했다.

B씨는 “일본에서 심장 수술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인데 좀 전에 쇼크가 왔고 죽을 뻔한 위급 상황이었다고 말씀드렸지만 빨리 가방 속에 넣고 닫으라고 재차 말씀하셨다”며 “규정 안 지키려는 사람도 많이 겪었을 테고 그분은 매뉴얼대로 자기 일을 한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달리가 방금 죽을뻔한 상황이었고 저 역시 어렵게 살린 아이 집에 가다 잘못되는 줄 알고 놀란 가슴 진정이 안 된 상황에서 주변에 피해주지 말고 빨리 넣으라는 다그침 들으며 소변으로 다 젖어있는 가방 속에 넣어야 하는 게 서럽고 야속하긴 하더라”고 했다.

또 B씨는 “이번에 달리가 응급상황이 와서 꺼낸 것을 제외하고 단언컨대 지금껏 규정 어겨서 주의받거나 함부로 꺼낸 적이 없다. 누구보다 조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제 유튜브에 비행 중에 가방 열고 밥이랑 간식 주는 영상이 있다고 하셨는데 10시간 넘는 긴 비행 중이었고 해당 영상은 유튜브 업로드 전에 항공사에 공유해 드리고 허락받았던 영상이다”라고 했다.

◇“유튜브에 강아지 꺼낸 영상 가득” 주장에 B씨 ”ESA제도 이용한 것”

하지만 A씨는 다른 글을 통해 B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A씨는 “본인이 직접 유튜브에 강아지 꺼낸 영상이 가득한데 대체 무엇이 허위 글이냐”고 말했다. 실제 B씨는 유튜브에 2018년 달리와 함께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 영상을 게시했는데, 해당 영상에는 기내에서 케이지를 열고 달리를 쓰다듬는 등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B씨는 추가로 글을 올려 해명했다. 견주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미주행에 한해 ESA제도가 있어서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안정된다는 소견서가 있으면 케이지에 넣지 않고 기내에 함께 탑승할 수 있다”며 “저희도 ESA 소견서를 받았고 항공사에 미리 서류를 제출하고 탑승했고, 공식적으로 꺼내두고 탑승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변 승객이 있거나 폐쇄 공간이 아닐 땐 굳이 꺼내지 않고 그냥 케이지 안에 뒀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ESA제도에 따라 소견서가 있으면 반려동물을 기내에서 케이지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다만 미국 교통부는 2021년 3월부로 이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면서 B씨는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받은 적도 없고 지시에 따르지 않고 함부로 꺼낸 적이 없다”며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 하는 것은 범죄”라고 덧붙였다.

한편 항공사 측은 이번 일과 관련해 조선닷컴에 “일일이 파악하고 있지 않은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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