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경고등이 연일 깜빡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빚 부담이 누적된 데다 지난달 말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 조치도 종료되면서다.
김영옥 기자 |
15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소기업·소상공인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겐 퇴직금 격으로 지난해엔 9682억원이 지급됐다. 올 8월까지 894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어났는데, 연간 수치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매출 부진과 채무 상환 압박을 겪는 소상공인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양경숙 의원실] |
이미 자영업자 대출 규모와 연체율은 최대·최고 기록을 쓰고 있다. 올 2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9조원 늘어난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연체액 역시 7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를 차지해,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인 질이 저하됐다는 걸 보여준다. 2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이다. 금리가 연 6% 수준이라고 할 때 원금 만기 일시상환 기준으로 이자만 매월 210만원씩 내는 셈이다.
부실 채권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은행도 긴장하고 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9월 3조2201억원 어치의 부실 채권을 상·매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406억원)의 2배 이상,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1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여신’을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작아지면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 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매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경기 회복도 둔화하면서 가계와 중소법인, 개인사업자 등의 연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한동안 연체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영업자들은 대출 상품의 거치(이자만 납입)·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2년 거치 3년 상환 대출 상품의 경우 4년 거치 6년 상환으로 바꾸는 등 매월 나가는 부담을 줄여주는 게 절실하다”며 “자영업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간을 길게 보고 지원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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