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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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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시설 조사는 글로벌 트렌드…상설 독립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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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해외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

한겨레

18일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의 해외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이상훈 상임위원이 지정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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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시설 조사는 글로벌 트렌드다.”

케이티 라이트(Katie Wright)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대학 사회학 교수는 20개국에서 수행된 83개의 아동시설 학대에 관한 조사결과를 수집해 ‘진실규명의 시대’(The Age of Inquiry)라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았다. 그는 데이터베이스 이름처럼 “지금은 진실규명의 시대”라고 말했다. 케이티 교수는 한 지역의 조사가 다른 지역의 조사기구 설립에 영향을 주는 ‘조사의 연쇄화’를 설명하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80여개 아동기관의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오스트레일리아 아동성폭력시설조사 왕립위원회의 활동 사례를 발표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8일 김예지(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진선미(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조사의 해외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집단수용이 국가폭력의 일종이라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점차 이뤄지고, 주요 시설에 대해 조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앞선 해외 사례를 통해 향후 조사방향과 과제를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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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의 해외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에서 화상을 통해 재닛 다우티 전 뉴질랜드 왕립위원회 보좌사무관이 뉴질랜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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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케이티 라이트 교수과 함께 재닛 다우티(Janet Doughty) 전 뉴질랜드 왕립위원회 보좌사무관이 화상으로 연결해 발표했고, 최한별 한국장애포럼(KDF) 사무국장이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집단수용시설 조사의 시사점과 한국적 적용방안을 발표했다.

재닛 다우티 전 보좌사무관은 “뉴질랜드 왕립위원회 권고사항에 따른 배보상 정책 설계는 단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생존자 주도적’으로 준비되고 있으며, 실제 정책 설계 및 자문 그룹에 피해생존자 당사자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2025년 1월1일부터 피해자 배상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한별 사무국장은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모두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만을 조사하는 상설 독립 부서를 설치해 전문성을 확보하였고, 특히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한 시설이나 국가의 허용 아래 민간이 운영한 시설도 국가책임으로 인정하여 배·보상제도를 준비중에 있다”면서 “한국도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더욱 전문적인 조사를 위한 상설 기구 설립 및 피해생존자 중심의 배보상제도 설계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겨레

18일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의 해외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사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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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토론은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의 사회로 김재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도희 변호사가 참여해 진행했다.

남찬섭 교수는 “진실화해위원회의 형제복지원 등에 대한 조사가 있었지만 아직 해외사례처럼 ‘진상규명의 연쇄화’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면서 “선주민 기숙학교 수용으로 실종된 아동 관련 조사를 위해 3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한 캐나다의 사례처럼 획기적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한국은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계층에 대한 케어를 가족과 민간이 담당하고 국가는 보조금을 주고 관리·감독하는 형태라는 점을 고려해, 국가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시설의 인권침해 역시 국가폭력으로 규정하여 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유진 연구위원은 “해외의 조사에서 트라우마 인지적 접근을 중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며, 이는 피해의 진술 과정이 재트라우마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조사 자체가 피해회복의 과정으로 사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형 교수는 “우리나라도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의 다양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사이트를 구축해 추가적인 연구와 조사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토론에 앞선 인사말에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는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 영화숙·재생원에 잡혀갔던 사람들은 공권력에 의해 강제수용된 사람들인데 수십년이 지나 억울함을 풀어달라 하니 자료를 내놓으라고 한다”면서 국가와 조사기관이 피해생존자를 대하는 태도를 꼬집었다. 한 대표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피해자 배상에서 그 역대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 인색하다. 다시는 이런 국가폭력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진정한 사과와 함께 합당하고 투명한 배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형제복지원·선감학원 등 주요 집단수용시설 사건에 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배상, 재발방지 조치 등을 권고했다. 또한 1950~1970년대 부산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영화숙·재생원 사건에 대해 지난 7월 직권조사 결정을 한 바 있다. 이밖에도 충남 천성원·서울시립갱생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랑인 시설 이외에 아동·장애인·여성 등에 대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의 전체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며, 피해자 배·보상을 위한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개인이 소송을 거쳐야 하는 등 여러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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