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사유 1위는 ‘낮은 임금’
기능인력 비자 E-7-3 입국자
‘편법 임금 절하’ 업체 규탄도
조선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저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때문에 조선소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노조는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5~7월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한화오션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410명(10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를 보면 63.7%는 기회가 된다면 조선소가 아닌 사업장으로 이직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직하고 싶다고 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질문(복수응답)한 결과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아서”가 67.2%로 가장 많았다. “같은 일을 해도 한국인보다 임금이 낮아서”(34.9%), “작업장 환경이 너무 위험해서”(23.9%), “오래 일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아서”(21.8%)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시급은 9680원이었으며 올해 최저임금인 9260원을 받는 이들이 77.1%로 가장 많았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살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90.5%이며 이 중 숙식 비용을 월급에서 공제하는 경우는 61.8%였다. 공제된 숙식 비용은 최저 1만3000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 편차가 매우 컸다. 금속노조는 “숙식비를 높게 책정해 임금을 낮추는 꼼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조선소에서 작업 중 부상을 한 비율은 26.7%, 작업으로 질병을 얻은 비율은 24.7%였다. 작업장에서 폭행·폭언을 경험한 이들은 17.3%였다.
금속노조는 이주노동자 18명과는 심층면접도 진행했다.
면접 내용을 보면 울산의 한 조선소에선 미얀마 이주노동자 30명가량이 취업사기를 당했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미얀마 이주노동자 A씨는 기능인력 비자(E-7-3)를 발급받고 올해 초 입국해 울산에 있는 한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A씨가 지난해 미얀마에서 체결한 근로계약서상 월 통상임금은 270만원이다. 기본급 191만4440원(최저임금)에 월 고정수당 78만5560원을 더한 액수다.
A씨가 본국에서 썼던 근로계약서는 한국 땅에서 휴지 조각이 됐다. 우선 법무부가 올해 1월부터 중소·벤처·비수도권 중견기업의 경우 임금 기준을 국민총소득(GNI) 70% 이상(월 246만원)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하청업체는 한국 근로기준법에 밝지 못한 A씨를 상대로 ‘꼼수’를 썼다.
하청업체가 새로 제시한 계약서를 보면 항목은 2가지로 기본급 201만원(월 최저임금)과 고정수당 30만원이었다.
그런데 ‘월 평균임금’은 231만원이 아니라 265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265만원은 월 24시간 연장근무를 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연장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지만 이를 포함해 결과적으로 GNI 70% 이상이 되는 것처럼 눈속임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E-7-3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임금 계약을 체결했으나 입국 후 최저임금 계약서에 강제로 서명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입국 후 편법적인 불이익 계약을 맺은 업체들을 적발해 시정조치를 하고, 법무부는 해당 업체에 대해 E-7-3 신규 이주노동자 고용 금지 등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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