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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억 더 들어도 이 업체 써라” 文 청와대 출신 감사의 이상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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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靑행정관 출신 원자력의학원 감사, 직원에 압력

선정 안되자 결재 40일 끌기도… 결국 감사원에 적발

조선일보

한국원자력의학원 전경.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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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이하 의학원) 상임감사로 임명된 후 특정 업체를 소개·알선하는 등 의학원의 ‘계약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포항시남구울릉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감사원과 의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출신인 A씨는 2021년 의학원의 영상감시시스템 구매·설치 계획에 부당하게 개입하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A씨는 2012년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사무부총장을 지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A씨는 2020년 열린 제21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A씨는 이후 2020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의학원 상임감사로 근무했다. A씨는 의학원 자체감사기구의 장으로서 의학원의 재산상황과 업무집행 전반에 대한 감사업무를 총괄했다.

국립병원인 원자력병원을 운영하는 의학원은 2021년 6월 환자 쓰러짐, 밀집도, 불꽃 감지 등 AI 영상분석 기능을 갖춘 ‘영상감시시스템 구매·설치 계획’을 기안해 상임감사 A씨에게 일상감사를 의뢰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되어 있는 우수조달 업체 중 구매요건 및 가격 등이 부합하는 5개 업체를 선정한 후 비교·검토해 품질 및 가격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분석된 업체와 ‘우수조달물품 구매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소요예산은 약 7억 2300만원이었다.

그런데 A씨는 며칠 뒤 사업 의뢰부서 팀장 B씨를 불러 ‘예산 절감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물품을 나라장터에서 구매하지 말고 경쟁입찰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의뢰부서 팀장 B씨는 다음 날 경쟁입찰방식의 경우 물품과 설치공사를 각각 분리 발주해야 함에 따라 우수조달물품 구매보다 오히려 예산이 약 3억4400만원이 더 소요된다고 보고했지만 A씨는 재차 계약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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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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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B씨는 2021년 7월 조달청에 의견을 구해 “경쟁입찰 및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공사 부분 분리 발주에 따른 비용 상승과 발주부터 계약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보고했으나 A씨는 기존 사업 추진을 끝까지 반대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21년 7월 15일 의뢰부서 팀장 B씨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본인이 청와대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잘하는 업체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의학원장까지 검토를 마친 계획이라며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A씨는 해당업체와의 만남을 강요했고 결국 B씨는 해당업체 관계자와 만남을 가졌다. 막상 해당업체 관계자를 만나보니 해당업체의 제품은 AI기능이 없는 등 구매요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B씨는 2021년 8월 해당업체와는 계약이 어렵다고 보고했으나 A씨는 본인이 소개·알선한 해당 업체를 계속 검토하도록 지시하면서 후보 업체들의 제안서 평가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제안서 평가기준 마련, 제안서 평가위원 구성 등에 부당하게 관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21년 9월 제안서 평가에서 본인이 소개한 업체가 탈락하자 A씨는 담당자를 추궁하고 40여 일간 협조결재를 지연했다.

A씨는 이외에도 2020년 연말에는 감사조직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새해 예산 일상감사를 지연해 예산집행에 차질을 초래하기도 했다. A씨는 감사조직 예산을 전년 대비 351% 증액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했고, 결국 의학원은 2021년 2월분 전기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겪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통보했지만 A씨는 이미 퇴직한 상태다.

김병욱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신의 낙하산 감사가 위력을 사용해 청와대 시절 알게 된 업체를 선정하도록 직원들을 압박했는데도 아무런 문제없이 임기만료 퇴직을 했다”며,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비위가 드러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기관의 법적 조치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 낙하산 인사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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