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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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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근거 살아나고, 대입개편에 내신 불이익↓···자사고·외고의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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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에서 내신 중요성 부각 계기

몇년간 인기 하향 딪고 다시 주목

주변 일반고 황폐 현상 심각 우려

경향신문

10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8 대학입시재도 개편 시안을 소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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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에 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백지화된 데다 대입개편으로 내신 부담이 줄면서 이들 고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근거를 되살리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22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교육부는 2019년 초중등교육법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근거를 삭제하고 2025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공교육 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이유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자사고·외고·국제고는 2025학년도 이후에도 유지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인기는 내림세였다.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늘어나면서 내신성적에 유리한 일반고를 선호하는 학생이 늘었다. 자사고는 고교 무상교육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점과 대입에서 의약계열 선호 현상 등도 영향을 끼쳤다.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2017년 이후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6곳, 비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5곳이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 주요 대학 정시모집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고,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가 확실시되면서 경쟁률이 반등했다.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경쟁률은 2019학년도 1.3대1에서 2021학년도 1.09대1까지 떨어졌다가 2022학년도 1.3대1, 2023학년도 1.45대1로 올랐다. 하나고·민족사관고 등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전국단위 자사고 경쟁률도 2019학년도 1.45대1까지 낮아졌다가 2022학년도 1.58대1, 2023학년도 1.82대 1로 상승했다.

교육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최대 수혜자도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9등급제 상대평가가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내신 부담이 줄어든다. 기존에는 상위 4%까지는 1등급, 11%까지는 2등급을 받았는데 5등급제에서는 이 비율이 10%와 34%로 늘어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내신 불리함이 상쇄되면서 자사고와 특목고, 학군지 유명 고등학교 등의 선호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수험생이 같은 과목을 치르게 되면 외고·국제고 등 문과 우수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학생들도 수능을 치른 뒤 의대를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외고도 지원 증가 요인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전처럼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우수 학생들을 독식하고, 주변 일반고가 황폐해지는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특목고에 몰려 특목고가 우수한 대입 결과를 내고, 이에 따라 특목고를 향한 고입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자사고의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규제도 완화했다. 지금까지는 정원의 20% 이상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계층 등으로 의무선발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인원의 50%를 일반전형으로 충원할 수 있다. 그동안 자사고들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시 입학금 수입 축소를 이유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보전금을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일반전형에서 정원 일부를 채울 수 있다.

민족사관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20%로 의무화하는 등 새 규제도 생겼지만, 지역에서 학생을 뽑기 힘들다며 반발하는 기류도 있어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고 신입생 153명 중 118명이 수도권 출신이었고 강원 지역 학생은 7명에 불과했다.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도 334명 중 수도권 학생이 228명, 전북 지역 학생은 64명이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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