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정합성에 맞지 않다” 의견에 순기능도 주목했지만 입장 바꿔
개인투자자들은 ‘세력 개입’ 주장…대통령실·금감원 압박에 돌아서
하루 만에 다한 ‘공매도 금지’ 약발 공매도 금지 조치에 전날 폭등했던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58.41포인트(2.33%) 내린 2443.96, 코스닥은 15.08포인트(1.80%) 내린 824.37에 거래를 마쳤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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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데는 금융감독원의 강한 의지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공매도를 정상화(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윗선’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적발 이후 대통령실과 금감원의 공매도 금지 압박이 거세지며 백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통령실은 약 한 달 전부터 금융위에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금감원이 HSBC, BNP파리바 등이 2021년과 지난해에 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이후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시기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전날 서울 충정로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에게 “누가 얘기해서 갑자기 그냥 아무 검토도 없이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한 게 아니다”라면서 “수개월 동안 실태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공매도를 금지하면 국제적 정합성에 맞지 않고, 순기능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16일에 전면 중단됐다가 2021년 5월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만 재개돼 지난 3일까지 2년6개월간 유지됐다. 금융위 내부적으로는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공매도의 전면 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금융당국 윗선에서 이를 대통령실에 제대로 건의하지 못했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제도 일부를 개선하고 불법 공매도 처벌은 강화하겠다는 발표만 했을 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1440만명 중 주가가 하락하기만 하면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면서 “공매도가 정치적 쟁점이 되고 표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나선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정쩡한 흐름이 이어지다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고 대통령실과 금감원의 강력한 요구가 계속되자 금융위는 공매도 전면 재개 입장을 접게 됐다는 것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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