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총선 노린 ‘위성-참칭 정당’… 선거제 방치땐 또 판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야, 선거제 개편 협상 진전없어

내년 총선 現비례대표제 유지땐

여야 비례정당 참칭한 黨 난립 우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도 여야 간 선거제 개편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경우 거대 양당의 비례 전문 정당을 자처하는 ‘꼼수 비례정당’이 우후죽순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21대 총선 때 난립했던 꼼수 비례정당인 ‘위성정당’보다도 자격 미달인 정당들이 여야의 비례정당을 자임하는 이른바 ‘참칭(僭稱) 정당’으로 대거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강성 스피커와 지지층을 앞세워 손쉽게 원내에 입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달 중순까지 선거제 개편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는 비례대표제 문제를 놓고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선거제 개편 논의를 담당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7월 이후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이달 20일이나 21일에 소위를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별도로 실시해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위성정당 난립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고심 중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태극기 부대’와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친윤(친윤석열) 호소 정당’ ‘친명(친이재명)계 호소 정당’ 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창당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수준 미달인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없도록 비례대표 제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등 여야의 강성 스피커들이 잇달아 신당 창당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면서 비례정당 난립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 30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며 “민주당이라도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위성정당이 출현할 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 등에 업은 ‘친윤호소당’ ‘친명호소당’ 쏟아질수도”

‘위성-참칭 정당’ 판칠 우려
2020년 총선 ‘열린민주당 학습효과… 일부 강성 인사, 참칭정당 창당 조짐
열린민주 출신 의원 법안통과율 11%… 비례대표 평균 통과율 절반도 안돼


“4년 전 총선 때는 ‘꼼수 위성정당’이 처음이라 열린민주당 하나에 그쳤지만 이제 ‘어느 정도만 해도 비례의석 확보가 가능하다’는 학습 효과가 생겼으니, 이번엔 검증되지 않은 비례전문정당들이 더 날뛸 가능성이 충분하다.”(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야 간 선거제 개편 협상이 더딘 가운데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꼼수 위성정당을 낳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내년 총선에서 유지될 경우 또 한 번의 비례전문정당 난립 사태 재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 때 ‘친문(친문재인) 정당’을 표방하며 비례대표 3석을 배출했던 열린민주당 학습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이번에도 거대 양당의 ‘자매정당’, ‘유사정당’을 자임하는 참칭정당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등 인지도 있는 정치인들이 잇달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강성 스피커들이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이른바 ‘친문 호소 정당’, ‘친명(친이재명) 호소 정당’ 등을 만들어 손쉽게 원내에 입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강성 스피커들 ‘참칭 비례당’ 창당 가능성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해진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다. 당초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을 막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는다는 취지였지만, 지역구 의석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정당도 창당 후 최소 정당 득표율(3%)만 달성하면 득표율에 따라 원내 의석 배출이 가능하다. 여야가 선거제 협상에 실패해 내년 총선에서 이 제도가 강성 스피커 등 지명도 있는 인사들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비례전문정당을 만들고 이를 발판 삼아 원내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지난 총선 때의 학습 효과에 힘입어 스스로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포장하는 이른바 ‘참칭정당’이 쏟아지면 거대 양당도 관리가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곳곳에서 (위성정당이라고 자칭하는) ‘참칭정당’이 나올 수 있다”며 “위성정당은 우리가 관리·감독이라도 했지만 내년엔 아예 관리·감독이 안 될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야권 내에선 이미 ‘강성 스피커’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최근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겠다”며 총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문 전 대통령과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친문’ 성향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친문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지역구에 도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비례정당을 통해 원내에 입성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 역시 최근 “전국구용 신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저 역시 이것(신당 창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야권에선 송 전 대표가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거친 설전을 이어가는 것이 친명 강성 지지층 흡수 효과를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점쳐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현행 선거제) 체제에서는 비례대표 정당만 창당해도 10석 가까이 차지할 수 있는데 뭐 하려고 이준석이 지역구 나가겠다고 목매달겠나”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더 주는 방식”이라며 “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지면 국민의힘 의석수를 일정 부분 잠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자격 미달 꼼수 정당 검증 불가능”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야 양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하는 형태인 위성정당도 꼼수지만, 참칭정당은 더욱더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탄생할 수 있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총선만을 노리고 졸속으로 만들어진 정당에서 제대로 된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1대 총선 당시 ‘친문 정당’을 표방하며 등장했던 열린민주당 출신 의원(강민정 김의겸 김진애 최강욱 허숙정)들의 의정활동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법안 통과율은 11%로, 전체 비례대표 평균(23%)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과 합당 후 ‘강성 스피커’ 역할을 자처해 온 최강욱 전 의원은 발의한 법안 62건 중 1건(0.02%)만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김의겸 의원도 법안 통과 사례가 23건 중 1건(0.04%)에 그쳤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이해찬 당시 대표는 열린민주당을 향해 “무단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며 ‘유사비례정당’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은 당시 공식 비례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으며, 총선 이후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과 모두 합당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정치적 수명이 이미 다했거나, 더 이상 자격이 없는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껍데기만 있는) ‘좀비 정당’을 만들고 있다”며 “선거용 꼼수 정당을 만든다고 할 경우에는 정당 창당 자체를 무효화하는 식의 강력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