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도파민’과 궁금한 이야기Y[B급 사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파민 도는 일?…‘궁금한 이야기 Y’로

‘도파밍’ 신조어도, 도파민 찾는 행위라는 뜻

인터넷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밈에 가까운 말들이지만, 현대 사회를 잘 설명하는 용어들과 대중문화를 연결해 이야기합니니다.


경향신문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파민. 뇌 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흔히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흥밋거리가 되는 사건을 접했을 때 주로 쓰인다. ‘○○○ 사건 도파민 터진다’ ‘뇌가 도파민에 절여졌다’ 등으로 표현된다. 지루하고 심심한 일상에 재미있는 일을 찾고 싶을 때는 ‘도파민 도는 일 어디 없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중의 ‘도파민 폭발’을 이뤄낸 사건들이 얼마 전에도 많았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모씨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같은 시기 배우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 등 연예인 마약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되며 관심이 양분됐지만, 전씨에 대한 이야기가 더 대중의 흥미를 끌었던 듯하다. 사건의 본질인 사기 범죄를 넘어 전씨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진짜 재벌인지, 남성 혹은 여성과 결혼한 전력이 있는지 등이 관심거리였다.

포털 사이트에서 전씨와 도파민을 함께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엔 전씨 사건이 ‘도파민을 샘솟게 한다’거나 이번 사건으로 ‘도파민 뿜뿜’됐다는 식의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파민은 곧 대중의 관심, 방송사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SBS의 <궁금한 이야기 Y>에서 해당 사건을 다룬다고 예고했다. 화제가 되는 사건의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에 시청자의 기대가 쏟아졌다. 실제 방송에 크게 새로운 사실은 없었다. 궁금증을 해소하진 못했지만, 대중의 도파민 분출은 도와준 것 같다. 방송 분량 중 전씨가 춤을 추는 영상은 새로운 것이어서 ‘전○○ 댄스’로 화제가 됐다. 해당 659회차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은 6.5%였다. 평균 5%대를 유지했던 이전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였다.

이 방송을 연출한 송민우 PD는 유튜브 채널 ‘궁금한 Y’에서 취재 후기를 밝히며 “재밌게 보려고 넣은 거다”라면서도 “(전씨가) 그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 진짜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이달 8일 올라온 유튜브 영상은 업로드 10일도 안 돼 조회수가 250만회를 넘겼다. 이후 <궁금한 이야기 Y>와 비슷한 구성의 방송인 MBC <실화탐사대>에서도 전씨 사건을 다뤘다. 시청률 4.8%로, 이전 2주간 각각 4.1%였던 것에 비해 소폭 올랐다.

경향신문

MBC <실화탐사대>의 한 장면.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쪽에선 이 같은 흥미 위주의 사건들 때문에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등 정작 사람들이 관심을 두어야 할 정치·사회 이슈가 묻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의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아야 한다며 ‘도파민 디톡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도파민에 중독된 사회에선 전씨 사건 같은 일이 계속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4>는 2024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을 꼽았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어나가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 ‘파밍’의 합성어다. 사람들이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아이템을 모아간다는 것이다. 책은 도파민이 점점 더 자극적인 쾌락을 좇게 만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엉뚱하고 기발하고 지극히 무의미한 일들이 주목을 끌고 ‘역대급 도파민’이 매번 기록을 경신한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도파밍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인정한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나만의 뉴스레터 만들어 보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