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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학대로 시우가 떠난 지 246일, 엄마는 1인 시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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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면접교섭권 차단 당한 엄마

“면접교섭권 방해 제재 강화해달라”

12세 아들 사망케 한 계모와 친부는

1심 판결서 징역 17년·3년 선고 받아

“명백한 살인행위, 마땅한 처벌 해야”

경향신문

계모와 친부의 학대에 시달리다 숨진 고 이시우군의 친모 A씨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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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가 많이 잘못됐습니다. 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지난 2월 8일 오전 11시쯤 고 이시우군의 엄마 A씨(35)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했다. 경찰은 전날 숨진 시우가 부검 중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아동학대로 수사 중이라고 했다. “누가요? 누가 그랬어요?” A씨가 묻자 경찰은 말했다. “둘 다(계모, 친부)요.”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만나지 못해 동분서주해 왔던 A씨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부검을 마친 아들의 온몸이 멍과 흉터들로 엉망진창이 된 걸 보고서야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검찰 수사 결과 계모는 시우군의 허벅지를 연필과 가위 등으로 찌르거나 때리는 등 학대했다. 장기간 학대로 시우군은 사망 당시 체중이 29kg에 불과했다. 또래 평균보다 15kg 가량 적은 수준이다. 사망 이틀 전엔 16시간 동안 아이 눈을 가린 채 의자에 묶어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친부 역시 폭력과 폭언을 했고, 아내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임했다. 잔혹한 가해사실이 알려지고 사망 직전 눈에 띄게 야윈 시우군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기도 했다.

고작 12세였던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246일째, A씨는 지난달 11일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한다. 2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금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들을 죽게 만든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 뿐이다.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와 친부는 지난 8월 1심에서 각각 징역 17년과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살해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14일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A씨는 “명백한 살인행위인데, 1심 판결이 가해 행위에 대한 형량을 담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마땅한 처벌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지난 8일부터 2심 재판이 시작됐다. A씨는 “(재판에서 알려진) 계모와 친부의 통화내역을 보면 ‘아동학대’로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두 사람은 그런데도 폭력과 폭언을 계속 이어갔다. 살인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면접교섭권 차단’ 엄마는 아들을 잃었다


이혼 후 시우군의 친부는 아들과 친모가 만나는 것을 방해했다. A씨는 ‘면접교섭권’만 제대로 보장받았더라면 아동학대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A씨는 결혼 7년 만인 지난 2018년 남편의 외도와 가정폭력, 폭언으로 이혼했다. 아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남편이 경제력이 있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넘겨줘야 했다. 이혼 이후 아이를 만난 건 딱 2번 뿐이었다. 시우군의 친부는 ‘아이가 혼란스러워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A씨는 아이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애쓰다 지난해 5월 아이의 학교를 직접 찾았지만, 대화를 나눌 순 없었다. 그로부터 9개월여 후 아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났다.

면접교섭권은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권리를 뜻하지만 양육권자가 협조하기는커녕 방해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자녀가 떨어져 살게 된 엄마나 아빠를 만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뜻으로 ‘부모 따돌림’이라고도 불린다. 부모따돌림방지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에 접수된 면접교섭권 불이행에 따른 법적 다툼만 10여건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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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고 이시우군이 3세일 때 자신의 발과 비교하기 위해 찍은 사진. 그는 “아이가 커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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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만날 방법이 없던 A씨는 2020년 11월 법원에 양육권 변경 신청을 냈다. 비용 부담 등으로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시우군의 친부는 여러 핑계를 대면서 면접교섭권을 이행하겠다고 했고, A씨는 믿을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아이를 생각하면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인지 혼란스러웠다.

시우군이 사망한 뒤 A씨는 “면접교섭권을 막는 것 역시 정서학대”라며 전남편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면접교섭권 불이행에 대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면접교섭권 허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이행 명령일 뿐 강제성이 없다.

A씨 “면접교섭권 방해는 아동 정서학대”
법무부 “면접교섭권 불이행 제재수단 강화 필요”


A씨 사례는 면접교섭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보여준다. 비슷한 사례는 8년 전에도 있었다. 2016년 아이가 계모와 친부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평택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다. 친부가 면접교섭권을 거부하는 사이 학대가 있었고 아이는 사망했다.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는 “당시에도 면접교섭권 방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법무부 등에 면접교섭권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2일 법무부는 서면 답변을 통해 “현행법상 ‘면접교섭 허용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수단이 부족해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가족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가족법 특별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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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면접교섭권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달라는 A씨의 민원에 대해 “‘가족법 특별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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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시우군 사망 이후 ‘엄만데 뭘 하고 있었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송 대표는 “유독 여성들은 이혼 이후 ‘두고 갔으면서 무슨 낯으로 아이를 보려고 하느냐’는 공격에 시달린다. 돌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더 비난받는 것”이라며 “남편이 아이를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는 세상을 떠났고 엄마가 바라는 것은 ‘마땅한 처벌’과 ‘법 개정’이다. A씨가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만든 손팻말에는 생전 미소 짓는 아들의 사진이 담겼다.

“극악무도한 아동학대가 발생하기 전 예뻤던 아이의 모습을 기억해달라는 의미인데요. 아들 얼굴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는 마음은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법이 해결해 주지 않으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해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기를, 면접교섭권에 대한 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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