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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빈대 공포 확산

'빈대 공포' 전국 확산…"추우면 없어진다"는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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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10도 이하에도 쉽게 사멸하지 않아
빈대 발견하면 진공청소기로 해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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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의 모습(위)과 침대 주변의 빈대와 그 흔적 등 /질병관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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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따뜻한 실내환경에서 서식하며 번식한다고 알려진 빈대(베드버그)가 수도권을 넘어 부산, 광주 등에서도 잇따라 발견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확인되지 않은 빈대 관련 각종 가짜뉴스까지 난무하면서 빈대에 대해 올바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겨울철 되면 빈대 사라진다고?…"영향 없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따뜻한 실내환경에서 왕성하게 서식하고 번식하는 빈대의 특성상 추운 겨울이 되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틱톡 등에서도 빈대 관련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규조토 가루로 빈대를 퇴치했다는 한 영상은 400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져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만 있을 뿐 빈대가 쉽게 사멸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13도 이상에서 빈대가 흡혈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겨울이라도 실내 온도가 1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에 영향이 적으며 설령 흡혈활동을 못하더라도 사멸하지 않고 평균 3~4개월 생존한다"고 설명했다.

엄훈식 한국방역협회 선임연구원도 "평균 기온이 떨어지면 빈대의 번식력이나 활동력이 여름 같지 않을 수 있지만 (일정 기온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흡혈을 덜 하지는 않는다"며 "추위가 빈대 방제나 억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탄 규조토나 드라이기를 이용한 빈대 퇴치법도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엄 연구원은 "규조토는 빈대 퇴치에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여러 논문에서 사람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성이 있어 사용하지 않길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드라이기의 경우 빈대가 충분히 피할 수 있고 바람에 날려 되려 놓칠 수 있다"며 "도망갈 수 없는 환경에서 사용하는 건 효과적일 수 있으나 침대 등에서 발견했을 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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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쪽방상담소에 '빈대주의'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공포심을 가질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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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빈대 나왔다면 "진공청소기 활용"

전문가들은 빈대를 발견하면 손으로 잡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진공청소기 사용을 추천했다. 엄 연구원은 "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빈대는 봉지에 2중으로 싸서 버리면 된다"며 "빈대의 구기(입 부분)는 찌르는 능력은 있지만 바퀴벌레처럼 씹거나 찢는 능력은 없어 비닐봉지에만 싸도 나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역시 "바퀴, 집먼지진드기 등은 진공청소기의 압력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에서 부딪혀 터진다"며 "빈대도 그럴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라도 개미보다 빠른 빈대를 손쉽게 처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빈대의 주 서식지가 피부에 직접 닿는 침대인만큼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방제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

질병관리청은 빈대 예방법으로 △여행 전 자신의 소지품이 빈대에 감염될 가능성을 주의 △여행 중 개인 짐은 바닥이 아닌 선반에 보관 △숙박업소 방문 즉시, 빈대가 숨어있는 공간 확인 △여행 복귀 시, 짐을 격리된 장소에 보관 △여행 후, 모든 옷은 고옥 세탁 및 건조 진행 등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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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의 주요 서식지 /질병관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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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있었던 빈대 '공포' 수준은 아냐"

최근에는 '빈데믹(빈대+팬데믹)', '빈대 포비아(빈대 공포증)'와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시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대는 늘 있었던 것으로 아직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국내에선 1970년대 이후 빈대가 사라진 걸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수치 제로'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일상생활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60~70년대 환경개선과 살충제(DDT) 사용으로 급격히 감소해 근절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2006년부터 간헐적인 빈대 발생사례가 보고됐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는 2015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서 빈대가 보고됐다.

이 교수는 "계속 보고됐던 빈대가 마치 첫 등장이라도 한 듯 공포심을 가질만한 단계는 아니다"며 "주로 밤에 활동하는 빈대는 지하철과 같이 흔들리는 곳에서 활동을 못 하고 다 숨어버리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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