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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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종권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4월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오전 11시22분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그 순간 윤 대통령의 호칭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전 대통령이다. 돌이켜 보면 한바탕 북풍한설이었다. 이는 해가 바뀌고 입춘이 지나도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꽃샘 바람까지 이어졌다. 넉 달 간 계속된 차갑고도 어지러운 광풍이었다.
하지만 봄 앞에 눈발의 운명이라고 할까. 그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는 거다. 봄 눈이 녹은 자리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지나보면 너무나 당연한 선고 결과였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 제기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박했다.
탄핵소추의 절차적 문제점도, 결과적으로 ‘호소용 계엄’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한 조속한 계엄 해제는 실제론 시민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대처 때문이라고 했다.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회와 정부의 대립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탄핵이 선고된 날 헌법재판소 앞은 인산인해였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모두가 TV 앞에 모여 앉았다. 여의도의 밤을 하얗게 지새운 시민들은 헌재 도로에서 긴 터널을 지나 환한 대낮을 맞이했다. 상당수 학교는 수업 중 탄핵 심판 과정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0.26의 총성으로 끝맺었지만 사실 노동자 학생 종교인 시민들의 합심 결과였다. 가택연금과 단식으로 새벽을 알린 양 김도 있었다. 이번에는 ‘한국의 민주주의’이다. 12.12쿠데타에 이어 5.18 광주민주항쟁까지 억눌렀던 군사쿠데타는 6월 항쟁으로 진압됐다.
문민체제의 기틀을 세우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은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촛불’로 불살랐다. 이어 윤석열의 12.3 친위쿠데타, 즉 내란시도는 ‘행동하는 민주주의’로 단련된 시민들의 힘으로 저지됐다. 응원봉으로 어둠을 밝혀 독재의 망령을 사그라지게 만들었다.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성숙한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학교도 교과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장 교육인 셈이다.
한편으론 어려운 숙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큰 틀에서 보면 민주주의가 작동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적(敵)들이 준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기득권 권위주의이다. 민주주의의 이면에 암(癌)처럼 뿌리 내린 ‘그들만의 리그’말이다. 시민들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TV를 통해 생중계로 지켜본 그날의 헌정 파괴 현장을 두고서도 파면 결정이 111일이나 걸린 이유 말이다.
국민은 마치 두 쪽으로 갈라진 듯 보였다.마치 '정의란 무엇인가' 회의하게 만들었다. 윤의 파면이 정의인가, 기각이 정의인가. 과연 법은 정의의 편인가, 정의를 가장한 기득권인가. 같은 사안을 두고 유죄와 무죄가 갈리는, 탄핵과 기각이 엇갈리는 상황에 시민들은 당혹했다.
특히 판사와 검사 등 법조인 출신들이 앞장서서 정 반대의 주장을 펼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시민들도 갈라졌다. 탄핵심판 과정에 이런저런 설이 나돌면서 불면의 밤을 보낸 이들도 있고, 반대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기독교로 개종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극우 종교인들은 폭력을 선동하기도 했다. 재판관들은 중차대한 문제여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할지 모른다. 허나 그동안 소실된 국민적 에너지와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지체된 정의는 불의에 가깝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또 힘의 논리라고도 한다. 이제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가 60일 내 치러져야 한다. 정당의 목표가 집권이라면 국민의힘도 조속히 태세를 전환할 것이다. 아무래도 윤 전 대통령을 앞세워 치른 4.2 재보궐선거와 그 결과 드러난 민심이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탄핵 찬반의 기압골이 만들어낸 폭풍도 순식간에 잡아들 수 있다.
지나보면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고 회고할지 모른다. 본디 민주주의는 조용하지 않고 요란한 법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우리의 역동적인 민주주의도 한 걸음 나아가며 성숙해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극복과 치유의 시간이다. 무엇보다 정치의 책임이 큰 만큼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헌재의 평결에서도 지적했듯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그저 기득권 법률가들이 만들어 온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도 끊어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시금 이런 어처구니없는 헌법유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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