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이 재료물질을 합성하고 있다. LBN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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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세기 전기·전자 혁명은 전기·전자 현상에 반응하는 소재를 찾아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디슨이 전구의 필라멘트로 사용한 흑연부터 반도체 소재가 되는 실리콘, 2차전지에 활용되는 리튬과 희토류가 모두 인류가 실험을 통해 찾아낸 소재들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딥마인드'는 AI로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재료 물질 220만여 종을 찾아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전자제품부터 비행기 등 인류가 만든 모든 '재료 물질'을 분석하는 AI를 통해 이들 재료물질의 구조와 성분, 특성을 면밀히 예측해낸 것이다. 이는 인류가 800년 동안 축적한 지식의 양과 동일하다.
예측 결과를 활용하면 초전도체 실현이나 에너지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배터리 개발 등을 기대할 수 있어 재료과학 분야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밀 머천트 딥마인드 박사 연구팀은 "재료물질 분석 AI 'GNoME(Graph Networks for Materials Exploration·재료 탐색을 위한 그래프 네트워크)'를 개발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GNoME는 현재까지 인류가 밝혀낸 모든 재료물질을 학습했다. 4만8000여 개의 재료물질에 대한 구조와 성분, 특성을 모두 학습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학습을 기반 삼아 GNoME가 '능동 학습'을 하도록 했다. 능동 학습은 AI가 데이터 중 학습에 가장 효과적일 것 같은 데이터를 고르는 작업이다. 사람이 직접 데이터에 라벨링을 하고 AI에 학습하도록 시키는 '수동적 기계학습(머신러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런 학습법을 통해 GNoME는 원래 훈련 데이터의 패턴을 뛰어넘는 패턴을 찾아낸다. 연구팀은 "새롭게 찾아낸 패턴 역시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GNoME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료물질 사이의 숨겨진 관계를 찾는 데 특화돼 있다. 재료물질 속 원소 비율을 재조합하고, 비율 변화에 따른 성능을 비교한다. 이를 통해 목적에 맞는 최적의 성능을 가진 재료물질을 찾는다. 예측 성공률은 80%를 넘는 수준으로 기존 분석법의 성공률이었던 50%를 크게 상회한다.
GNoME는 실제 약 220만개의 새로운 재료물질을 발굴했다. 이 중 38만1000여 개는 실제 활용에도 문제가 없는 안정적 재료물질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물질들 중 약 5만2000개는 배터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배터리의 성능과 효율을 확 끌어올릴 리튬이온 전도체 후보로 약 528개가 발굴됐다"며 "최고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분석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발굴한 재료물질을 실제 재료로 합성하는 것이다. 보통 하나의 재료물질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 과정을 겪으며 수개월 혹은 수년이 소요된다. 이 문제는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팀이 해결했다. 재료과학자인 거브랜드 세데르 LBNL 연구원팀은 같은 날 네이처에 AI 로봇을 활용해 재료물질의 합성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재료물질 합성법을 학습한 AI가 최적의 합성법을 찾고 로봇이 이를 합성하는 식이다. 실제 이 AI 로봇은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활용해 재료물질 합성에 나섰는데, 17일 만에 41개의 재료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딥마인드는 이번에 발굴한 38만1000개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할 방침이다. AI 코드 역시 공개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발굴한 220만개의 데이터를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앤드루 로즌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생물공학과 교수는 사이언스에 "GNoME는 새로운 배터리와 초전도체, 촉매 제작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은 "신소재를 개발한다는 것은 원소 비율을 바꿔가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라며 "AI가 이 부분을 대신한다면 신소재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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