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을 흔들 만한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가에선 공매도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했던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반도체주를 대거 쓸어담는 예상 밖의 행보도 보였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 연말 산타랠리 효과,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모두 맞물리면서 증시자금도 회복되는 분위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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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달 6일부터 지난 4일까지 코스피는 6.19%, 코스닥 지수는 5.94% 올랐다. 지난 8~10월 3개월 연속 월간 단위로 하락세를 이어오던 코스피 지수는 11월 들어 상승 전환했다. 당초 공매도가 허용됐던 코스피200는 5.62% 오르면서 지수 상승 폭에 못 미쳤으나 코스닥150지수(8.63%)는 더 큰 폭으로 뛰면서 수혜를 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과거 세 차례 사례를 살펴보면, 통상 한달 내외로 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흐름을 보였다.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코스피는 1개월, 3개월 뒤 각각 5%, 23% 올랐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한달 간 지수가 6%대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큰 여파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매도 지표도 감소세를 나타낸다. 시장별 공매도 잔고액수를 보면, 코스피시장 공매도 잔고는 금지 조치 이후 꾸준히 감소해 0.63%에서 0.48%까지 내렸다. 기존 잔고 금액 비중의 24%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숏커버링(공매도 환매수) 등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인 대차거래 잔액도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70조7911억원으로 지난달 6일 89조3887억원에서 한 달 만에 약 21% 감소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공매도 포지션과 공매도 예비 수량 등 관련 움직임이 잦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종목별 공매도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전 잔고 비율이 가장 높았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1위인 호텔신라는 7.64%에서 6.56%로, 롯데관광개발은 5.72%에서 4.56%, SKC는 5.58%에서 3.43%, 후성은 4.91%에서 4.12% 순으로 낮아졌다. 다만, 공매도 투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5일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는 예외적으로 허용한 상태다.
특히 시장 우려가 컸던 외국인 투자자 이탈세도 잠잠하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조91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통상 외국인 매매 비중은 공매도 금지기간에는 하락하고, 공매도 재개시에는 다시 상승한다. 하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대형주만 2조3000억원 넘게 쓸어담는 행보를 보였다. 금리 추가 인상 등 대외 악재가 완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형주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심도 회복되는 분위기다. 투자자예탁금과 신용융자잔고 모두 늘어나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예탁금은 47조4298억원에서 48조6681억원(1일 기준)으로 1조2583억원이 늘었다. 신용융자잔고를 살펴보면 코스피 8조6311억원에서 8조8264억원, 코스닥 7조8129억원에서 8조31304억원으로 모두 증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과 공매도 금지 효과에 힘입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연말까지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중국 경기 부양책 모멘텀을 토대로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단기 급등한 증시가 숨고르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연말 주식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개인의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단기 급등 배경으로 작용했던 시장금리 하락세가 계속되기엔 부담스런 환경"이라며 "연말 개인들의 양도소득과세 회피 물량으로 매도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수급 환경이 조성되는 점도 비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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