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 200일]
국내 기술 첫 SAR위성 성능 ‘OK’… 200일간 지구 3000바퀴 돌며 촬영
악천후에도 안정적으로 모니터링… 생태 탐지 등 다양한 프로젝트
도요샛 위성 편대비행도 초읽기
올해 5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촬영한 영상이다. 악천후에도 촬영이 가능한 영상레이더(SAR)가 달린 이 위성은 지구를 하루 15바퀴씩 돌며 백두산 천지 등의 영상을 찍어 보내오고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제공 |
‘시작 17:28:41 종료 17:37:57 대기 06:40:25.’
5일 오전 대전 유성구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 들어서자 한 모니터의 숫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차소 2호)와 교신이 가능한 시각(시작 및 종료)과 남은 시간(대기)이었다. 6시간 40분 후인 오후 5시 28분부터 9분 남짓 교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5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촬영한 영상이다. 악천후에도 촬영이 가능한 영상레이더(SAR)가 달린 이 위성은 지구를 하루 15바퀴씩 돌며 울릉도 등의 영상을 찍어 보내오고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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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 2호는 5월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3차 발사가 이뤄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향한 실용급 위성이다. 발사 이후 하루 15번씩 지구를 돌며 하루 한 차례씩 꼬박꼬박 지상국과 교신하고 있다.
올해 5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촬영한 영상이다. 악천후에도 촬영이 가능한 영상레이더(SAR)가 달린 이 위성은 지구를 하루 15바퀴씩 돌며 북극 빙하 등의 영상을 찍어 보내오고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제공 |
10일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한 지 꼭 200일이 됐다. 그동안 지구를 3000바퀴나 돈 차소 2호는 백두산, 금강산, 울릉도 등 한반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300여 건의 영상(레이더 신호를 합성한 정지된 화면)을 촬영했다. ‘첫 고객’이 보내온 한국형발사체의 유산인 셈이다. 장태성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차세대소형위성2호 사업단장은 “(누리호가) 요구했던 모든 파라미터를 모두 만족시켰기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위성 운영 시나리오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영상레이더 기술 국산화 목표
본보는 차소 2호가 8∼11월 촬영한 뒤 외부엔 공개된 적이 없는 국내외 지형도를 확보했다. 차소 2호의 촬영물은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타깃이 충남 태안반도의 신두리 해안 사구(모래언덕)다. 차소 2호가 확보한 영상은 국립공원공단의 생태 변화 탐지 임무에 쓰인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위성 관찰은 드론이나 정기 순찰을 통하는 것보다 관측 범위가 넓고, 악천후에도 안정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국산 위성인 차소 2호는 극지연구소, 해양경찰청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차소 2호의 영상레이더(SAR)는 전 세계에서 정찰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기기다. 태양빛을 재료로 영상을 찍는 광학위성과 달리 SAR은 포착하고자 하는 지형에 레이더를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생성한다. 태양빛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악천후 또는 밤에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이달 4일 군용 발사체를 통해 궤도에 안착한 한화시스템의 민간위성도 SAR을 탑재했다.
차소 2호의 해상도는 5m급(가로세로 각각 5m 크기의 물체를 점으로 식별)이다. 수십 cm급인 국제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만든 첫 SAR 위성의 성능이 검증됐다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사업단장은 “차소 2호에서 해외 기술은 태양전지판 및 배터리 정도뿐”이라며 “일단 SAR 위성 국산화라는 목표는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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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대비행’ 초읽기 들어간 도요샛
KAIST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의 관제실 역시 저녁 무렵이 되자 누리호 고객이 보내오는 신호를 받느라 분주해졌다. 대형 상황판에는 위성 ‘도요샛’의 실시간 이동 경로가 나타났다. 도요샛이 한반도 부근에 들어서자 폐쇄회로(CC)TV 속 지상 안테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해바라기가 햇빛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듯 자동으로 위성을 쫓기 시작한 것. 오후 6시 43분경이 되자 한 연구원이 “위성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외쳤다. 동시에 관제실의 컴퓨터에서는 복잡한 영문과 숫자로 이뤄진 위성 데이터가 쏟아졌다.
도요샛 위성은 10kg 이하 나노위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편대비행을 시도하기 위해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 ‘군집위성’이다. 4기 운용이 목표였지만 발사 직후 3호기는 신호를 잃었고, 1호기는 전력량이 약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남은 희망은 2, 4호기. 위성의 추력기를 분사시켜 앞서가는 위성은 느리게, 뒤처진 위성은 빠르게 이동시켜 둘 간 거리를 수천 km에서 10km 간격으로 좁히는 게 목표다. 연구진은 지난달 중순 첫 번째 추력기 분사에 성공했다. 남은 두 차례 분사도 성공하면 연내 편대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천문연은 기대하고 있다.
우주 날씨를 관측하는 도요샛은 편대비행 시 개별 위성이 따로 모으는 데이터보다 훨씬 세밀하고 자세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모든 초창기 경험들이 한국 우주연구 자산으로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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