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삼청교육대 사업, 국보위 핵심 사업”
“정신교육 병행한 강한 육체적 훈련 실시”
1980년대 초반 삼청교육대에서 훈련조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누워서 목봉을 받쳐들고 있는 수련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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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 사업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핵심 사업’으로 규정한 문서에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직인이 찍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씨가 삼청교육대 설치 등에 개입한 정황은 숱하게 나왔지만 삼청교육대 운영과 관련한 직접적인 지시사항이 구체적인 문건으로 입증된 것은 처음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던 전씨가 “삼청교육대 사업은 국보위 핵심사업”이라고 규정한 문서를 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강조 사항. 진실화해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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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위 상임위원장 강조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면,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던 전씨는 “(삼청교육대 사업은) 국보위 사업 중에서도 핵심 사업”이라며 “본인의 과오를 회개시키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기 위한 순화교육을 개과천선을 위한 정신교육과 병행해 강한 육체적 훈련 실시”라고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보위는 1980년 8월1일 1차 일제검거 이전에 체포돼 구속 수사 중이거나 곧 출소할 이들에 대한 처리 방향을 담은 ‘불량배 소탕 순화계획에 따른 부수처리 지침’을 법무부에 하달했다. 지침에는 국보위 상임위원장의 직인이 날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신군부 세력이 삼청교육 사건을 강조한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불량배 순화계획에 따른 부수처리 지침. 진실화해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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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위는 구속 수사를 받는 피의자 중 불기소할 자에 대해서는 군·경의 분류심사를 거친 뒤 군부대에 신병을 인도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출소한 재소자도 출소 직후 주거지 관할 경찰서에 자진 신고해 분류심사를 받도록 했다.
진실화해위는 4차 조사에서 삼청교육 피해 사례 90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당시 경찰은 검거 목표 인원이 하달됨에 따라 무작위로 시민들을 검거해 삼청교육대로 끌고 갔고, 이로 인해 입소자 4명은 수개월 사이 두 차례 삼청교육을 강제로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박모씨는 “1980년 8월 4일부터 8월30일까지 첫 번째 순화교육을 받고 퇴소한 이후, 같은 경찰서에 재검거돼 같은 해 9월22일부터 두 번째 삼청교육을 받았다”고 진실화해위에 진술했다.
진실화해위는 삼청교육피해자법을 개정해 ‘삼청교육으로 사망·행방불명·상이한 자’로 한정된 피해자 범위를 ‘입소자 전체’로 확대하라고 국가에 재차 권고했다. 훈련 중 조기 퇴소했으나 사망한 사례와 입소자 가족의 2차 피해에 대한 통계를 내는 등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국가에 촉구하기도 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8월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검거된 6만755명 중 약 4만명이 삼청교육대에서 불법 구금과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네 차례 진실규명을 통해 지금까지 490명의 피해 사례를 확인했다.
계엄포고 제13호는 폭력사범, 공갈 및 사기사범, 사회풍토 문란 사범을 검거한 후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수용하고 순화교육과 근로봉사 등으로 순화시켜 사회에 복귀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대법원은 2018년 12월28일 이 사건의 법적 근거가 된 계엄포고 제13호에 대해 위헌·위법 결정을 내렸다”며 “이에 따라 삼청교육대 입소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진실화해위는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무진호 납북 귀환 어부 박모 씨 인권침해 사건’ 등 11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마쳤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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