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560억 무차입 공매도… 충분히 고의성 있다고 판단”
국내 수탁 증권사에도 과징금
두 글로벌IB는 검찰 고발 방침
증권가 “해외투자자 이탈 우려”
25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HSBC, 국내 수탁사 BNP파리바증권에 대해 총 265억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1년 공매도 제한 위반에 대한 과징금 도입 이후 최대 규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국내에선 주식을 빌리지 않고 미리 파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HSBC는 주식 매매 결제일이 매매계약 체결 후 이틀 뒤라는 점을 이용해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내 110개 주식종목에 대해 56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증선위 관계자는 “양 사 모두 자사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이 국내 공매도 규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했다”며 “충분히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2개 IB 외에 주문을 수탁받은 국내 BNP파리바증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매겼다. 주문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 수탁 증권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혐의로 이번처럼 수십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전례는 없다. 증선위는 “불법 공매도 과정에서 잔액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는데도 BNP파리바증권이 원인 파악과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외국 기관, 국내 증권사 모두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를 강화하고 임직원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증선위는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HSBC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통한 형사처벌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 유기징역 혹은 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등의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 10월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외국에 있는 사람을 끌어와서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제재가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 관계자는 “주문일이 아닌 체결일에 주식을 빌리는 것은 다수의 국가에서 통용되는 방법”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처벌이 자칫 글로벌 IB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불법 공매도 적발과 더불어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5일 정부는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 내년 상반기(1∼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무차입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시스템 마련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켜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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